취재3부 박우경 기자
취재3부 박우경 기자
얼마 전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지금이라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듯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서다. 군 복무 중인 친척 동생도 틈틈이 주식 시장을 엿보고 있다고 귀뜸했다. 군인 월급의 반인 20만 원 가량을 꾸준히 주식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회초년생과 대학생들이 주식시장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6곳에서 신규 개설된 증권계좌 723만여 개 중, 과반수 이상이 2030세대 명의였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된 청년들이 주식시장에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앞다퉈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난과 집값폭등의 암담한 현실에서 일확천금에 기대는 청년들도 많아졌다. 금요일마다 로또를 구매한다는 지역 대학생은 "당첨을 바라기보다는 당첨 여부를 생각하면서 한 주간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며 "지금부터 당장 취업해 착실히 돈을 번다고 가정해도, 내 집 하나 구하기 쉽지 않은데 팍팍한 현실에서 소소한 희망이라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이를 증명하듯,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획재정부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로또 하루 평균 판매액은 130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역대 최대 판매액을 갈아치우는 금액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로또 판매량은 오히려 오른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청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주식, 부동산, 로또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이 아닌지 씁쓸하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는 "부동산과 주식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것 같아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라며 "우리나라의 전통적 엘리트 사이에 있었던 도덕과 청빈의 정신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청년사회뿐 아니라 온 국민이 한탕만 쫓아가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는 이를 진단하고 있는지,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면 어떤 해법을 마련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취재3부 박우경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우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