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와인지역 명칭 꼬뜨드본의 유래가 된 본(Beaune)은 꼬뜨드본과 꼬뜨드뉘를 합쳐 칭하는 꼬뜨도르(황금언덕)의 중심이기도 하면서, 나아가 전체 부르곤뉴 와인의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로서 `부르곤뉴 와인의 수도`로 대접받습니다. 다른 와인마을보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인구(2만명)로 도시형태를 갖춘 본은 육상교통의 요지로서 부르곤뉴의 대형 와이너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명(본)은 마을이 형성될 때 중심에 위치한 우물의 이름 벨레나(Belena)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본의 포도밭은 꼬뜨도르에서 가장 큰 규모(414ha)입니다. 보르도 쌩떼밀리옹옆에 뤼싹(Lussac)-쌩떼밀리옹 등 위성마을 5개가 있듯이, 본도 북쪽에 사비니(Savigny)-레본(357ha)과 쇼레(Chorey)-레본(269ha)이 있어서 합하면 규모가 보르도의 쌩줄리앙보다 크고 뽀이약보다 약간 작은 수준이 됩니다. 본에는 그랑크뤼 와인은 없지만, 프르미에크뤼 와인이 42개(사샤뉴-몽라세의 55개 다음)나 됩니다. 또한 프르미에크뤼 포도밭의 비중이 80%에 달하는데, 이는 꼬뜨도르 마을의 최고치로서, 1936년 등급 지정시 본 와이너리 업계의 파워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본의 프리미에크뤼 포도밭 중에 레그레브(les Greves, 자갈을 의미)가 가장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데, 그 중에서도 부샤르 페르에피스가 독점 보유한 비뉴 드 랑팡 제쥐(Vigne de l`Enfant Jesus, 아기 예수 포도밭)가 최고입니다. 독특한 이름이 붙은 연유가 있는데, 루이 13세의 앤 여왕이 4번의 사산을 겪던 와중에 가르멜(Carmel) 수도회가 `루이 14세를 출산할 것`이란 예언 적중으로 본에서 가장 뛰어난 포도밭을 하사받았다고 합니다.

2015년 7월 4일 부르곤뉴 지역이 샹파뉴와 함께 포도 재배 분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본이 디종과 함께 역사적 중심지로 인정받았습니다. 본은 매년 11월 3번째 일요일에 진행되는 구호소 자선 경매, 호스피스드본(Hospices de Beaune)으로도 유명합니다. 호텔 디유(Hotel Dieu, 신의 거소)로 칭해지기도 하는 호스피스드본은 1443년 부르곤뉴 공국의 재상 니콜라 롤랭(Nicolas Rolin)이 건립한 자선병원입니다. 무료 의료서비스 지원을 위해 기부된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의 경매가 185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동향 포도밭 언덕 아래 평야지대에 자리 잡은 본의 중심부는 원형의 순환도로 내에 로마시대부터 중세, 르네상스시대에 걸친 멋진 역사적 건축물들이 남아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중세 본에 거주하던 부르곤뉴 공작의 저택은 부르곤뉴 와인 박물관(Musee de Vin de Bourgogne)으로 바뀌어, 주로 나무와 돌로 제작된 압착기와 양조통 등 다양한 와인제조용 전통 장비를 전시해 놓았습니다. 2019년 11월 23일 토요일 아침, 호텔-디유 옆의 중앙시장 광장에 펼쳐진 노점들 구경도 다양하고 예쁜 컬러의 과일, 야채, 화초로 즐거웠습니다.

각 와인마을에 흩어져 샤또를 구축해 자리를 잡고 있는 보르도 와이너리들과는 달리, 부르곤뉴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루이 자도(Louis Jadot), 조셉 드루앵(Joseph Drouhin), 부샤르(Bouchard),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 파트리아르슈(Patriache) 등이 본에 본거지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루이 자도, 부샤르, 파트리아르슈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들 와이너리 이야기로 다음 칼럼을 이어가겠습니다.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