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한남대 교수
신동호 한남대 교수
대전을 과학도시라고 한다. 정말, 대전은 과학도시이다. 우리나라 최대 연구단지가 있다. 그 연구단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 연구소들로 구성돼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등은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다. 비록 규모면에서 대기업 연구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전은 `과학과 기술`로 특화돼 있다. 다국적 기업 수준의 대기업 연구소와 많은 대학을 가진 수도권에는 비교가 안되지만, 대전은 광주나 대구, 부산 등 타 지방도시에 비해 월등한 수준의 연구개발 기능을 가졌다. 수십 년 동안 그런 특혜를 갖고 살았다. 그래서 다른 도시로부터 많은 시기를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은 그러한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 혜택이 혹시 일부 계층, 특히 과학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사실 대전시민들 중에는 과학도시가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대전이 과학도시라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건축`도시라 할 수 있다. 18년 전 황영조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던 곳, 바르셀로나는 정말 건축가 가우디(1852-1926)의 도시라고 할 만하다.

안토니 가우디는 정말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그의 작품 중, 6개의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을 정도이다. 그 모두가 바르셀로나에 있다.

건축, 또는 건축가 가우디로 유명한 바로셀로나는 온통 그것만으로 점철된 도시 같다. 피카소와 고흐와 같은 미술가를 배출한 도시이기도 한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축제가 일상화돼있는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우디의 작품을 보려고 바르셀로나로 몰려든다. 코로나 재앙이 등천하는 요즈음은 아니겠지만...

바르셀로나의 건축물, 혹은 가우디의 작품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것은 건축가만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모든 시민들이 그를 즐기는 것 같다. 그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 같다. 그로부터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어우러지는 것 같다. 가우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의 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같다. 시민들의 의식이, 그들의 생활공간이, 그들의 경제가 이미 세상을 떠난 가우디와 함께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해서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건축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건축, 혹은 건축가 가우디와 함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과학도시, 대전의 사람들은 과학이나 연구단지와 같이 호흡하지 못할까? 단순히 건축이 과학보다 쉬워서 그럴까? 그것이 일부는 될 수 있을 지언정, 전부는 아닐 것이다.

위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한 마디로 `체화,` 혹은 `내재화`이다. 가우디와 그의 건축은 지극히 내발적이고 지방적이다. 가우디의 건축은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그 지방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 경제에 내재화돼있다. 그러나 대전의 과학은 외부로부터 주어졌다. 많은 연구소와 연구원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외국, 혹은 타 지역으로부터 동원됐다. 그래서 일반시민과 연구단지는 서로 유리돼 있다. 그 결과 연구단지의 역량이 지역사회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단지의 역량이 지역사회로 왜 파급되지 못할까?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연구단지는 중앙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데 비해, 지방의 영향력은 미약하다. 중앙집권시대에 조성된 그러한 구조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 구조가 타파돼야 한다. 경찰청의 일부 기능이 지방화되는 것처럼, 여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방의 각종 주체들은 부단히 대전에서 이루어지는 중앙의 연구개발활동에 대해 관여해야 한다.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대구, 광주, 부산, 전주가 없던 연구단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과학도시의 혜택이 여러 사람, 여러 분야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우디의 바르셀로나가 보여 주듯이! 그래서 우리 모두의 과학도시, 대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동호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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