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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파트 앞에서 고쳐 맨 갓끈

2021-02-03 기사
편집 2021-02-03 07:35:27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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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취재3부 김용언 기자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세종으로의 기관 이전을 부인하던 중소벤처기업부의 항변이었다. 시계 바늘을 돌려보니 불과 넉 달 전이다. 청 단위 기관에서 부로 승격, 대전에서 조직의 영화(榮華)를 누린 중기부는 '대전과의 이별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찰나의 시간이 지났을까. 부처 간 협업을 이유로 그동안 쇠와 돌같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던 '금석맹약'을 져버렸다. 반신반의 했던 중기부의 세종행은 결국 변하지 않는 상수가 됐다.

붙잡으려 하면 빠져나가는 추어처럼 매정히도 대전을 떠날 채비를 마친 중기부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수년 전 개봉했던 영화 제목처럼. 이 한 문장이 미꾸라지처럼 미끄러운 점액을 잔뜩 머금은 중기부에게 적합할지 모른다.

겉으론 부정했지만 중기부의 세종행은 곳곳에서 감지된 게 사실이다. 대전 지역 민관의 반대 여론이 뜨거울 당시에도 관가 안팎에선 세종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잔뜩 있었다고 한다.

특공 수혜 대상이 될 중기부 전입을 희망하는 하급기관 직원들의 '희망고문'이 상당했다는 후문도 있다. 중기부는 여전히 '로또 특공'이 기관 이전의 필요조건이 아니라고 손사래 치고 있다.

비교하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 설을 앞둔 지역 중소기업들의 애달픔을 말이다. 최근 만난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설을 앞두고 회사 사정을 묻자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직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문을 연 그는 "뾰족한 대책이라도 있으면 '조금만 더 힘내자'고 직원들을 어르고 달랠텐데 현재는 답이 없다"고 한 숨 쉬었다. 투정보다는 단말마(斷末魔)에 가깝다. 답을 정해놓은 중기부의 언어도단과는 결이 다르다.

중기부 세종 이전은 공무원 특별공급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재차 부채질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오해를 살 일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몸집을 키운 중기부가 기관 이전 사유를 설령 아파트가 아니라고 못박아도, 주택 특별공급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는 시점에 논란을 산 건 분명하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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