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3부 김용언 기자
취재3부 김용언 기자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세종으로의 기관 이전을 부인하던 중소벤처기업부의 항변이었다. 시계 바늘을 돌려보니 불과 넉 달 전이다. 청 단위 기관에서 부로 승격, 대전에서 조직의 영화(榮華)를 누린 중기부는 `대전과의 이별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찰나의 시간이 지났을까. 부처 간 협업을 이유로 그동안 쇠와 돌같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던 `금석맹약`을 져버렸다. 반신반의 했던 중기부의 세종행은 결국 변하지 않는 상수가 됐다.

붙잡으려 하면 빠져나가는 추어처럼 매정히도 대전을 떠날 채비를 마친 중기부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수년 전 개봉했던 영화 제목처럼. 이 한 문장이 미꾸라지처럼 미끄러운 점액을 잔뜩 머금은 중기부에게 적합할지 모른다.

겉으론 부정했지만 중기부의 세종행은 곳곳에서 감지된 게 사실이다. 대전 지역 민관의 반대 여론이 뜨거울 당시에도 관가 안팎에선 세종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잔뜩 있었다고 한다.

특공 수혜 대상이 될 중기부 전입을 희망하는 하급기관 직원들의 `희망고문`이 상당했다는 후문도 있다. 중기부는 여전히 `로또 특공`이 기관 이전의 필요조건이 아니라고 손사래 치고 있다.

비교하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 설을 앞둔 지역 중소기업들의 애달픔을 말이다. 최근 만난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설을 앞두고 회사 사정을 묻자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직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문을 연 그는 "뾰족한 대책이라도 있으면 `조금만 더 힘내자`고 직원들을 어르고 달랠텐데 현재는 답이 없다"고 한 숨 쉬었다. 투정보다는 단말마(斷末魔)에 가깝다. 답을 정해놓은 중기부의 언어도단과는 결이 다르다.

중기부 세종 이전은 공무원 특별공급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재차 부채질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오해를 살 일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몸집을 키운 중기부가 기관 이전 사유를 설령 아파트가 아니라고 못박아도, 주택 특별공급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는 시점에 논란을 산 건 분명하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