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우리네 건축은 동일한 개념이 아님에도 부동산이라고 불리는,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최대에 가까운 재산으로만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으로 대변되는 건축물의 가격에 울고 웃는다. 특히, 최근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이 10억대를 훌쩍 뛰어넘더니 지역에 따라서 30억을 넘어서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몇 달 사이에 4-5억 이상의 상승을 경험한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이다. 이는 아파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부동산 불패라는 우리네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꺼내 드는 유래 없는 고강도의 카드들은 자본주의라는 우리의 경제체계와 상당히 상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들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 앞에 무력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신화의 시작은 1960년대 말 70년대 초의 영동토지구획정리사업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유사 이래 최대규모의 도시개발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대규모 체비지는 대통령 선거를 두 번 치르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정부를 이끄는 엘리트 관료들은 폐쇄적인 도시개발계획과 도시재개발계획을 수립하여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고 이러한 비밀스러운 정보를 아는 몇몇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었다. 오죽하면 영부인의 바지 색깔이 세간에 오르내렸겠는가. 이러한 소수집단의 부동산을 통한 이익 실현은 대중들에게도 알려질 수밖에 없었고 그 열차에 올라타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투기꾼이기보다는 자본주의에서 정의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이자 투자자였을 것이다. 최소 투자, 최대 이익이라는 투자의 금언을 실현했을 뿐이다.

정부의 부동산에 관한 접근은 정권이 바뀌어도 방향이 바뀌었을 뿐 큰 맥락은 같았다. 강남 불패를 불식시키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이 선택한 것도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개발뿐이었고,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대통령의 선택도 결국 3기 신도시와 혁신도시 버전2의 개발이었을 뿐이었다. 이미 정해진 규칙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도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뿐일까.

적어도 우리는 50년 가까이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건물이, 주택이 그 사용가치 그대로 보일 리 없을 것을 것이다. 우리에게 건물은, 주택은 교환가치로 대변되는 부동산 그것 다름 아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건설 시장과 우리의 건축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엉뚱한 상황에 놓여있다. 어린 시절 새 신발을 얻고 싶어서 내 오래된 신발을 더 닳게 하던 나와 어른이 된 지금, 내 집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경축` 현수막을 거는 나와 무엇이 다른가. 어느 누가 컴퓨터를 사면서 컴퓨터 광고와 설계도만 보고 계약서에 서명하고, 판매자가 알선해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몇 달, 몇 년씩 먼저 돈부터 내고 컴퓨터 완제품을 받는가. 내 자동차는 보험도 들고 범퍼에 흠집만 나도 속상해하며 정비소에서 바로 수리하고, 잔 상처라도 날세라 손 세차를 고집하는 내가 내 건물이 망가지고 더러워지면 내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것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 것인가. 중고차를 거래하면서 어느 부위에 사고 이력이 있고, 어디에 손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연비는 어떤지 정비소에 들러서 전문가에 의뢰하여 꼼꼼히 살피는 내가 주택을 거래할 때는 왜 이렇게 관대해지는 것일까.

건설회사부터 건물주, 사용자까지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좋은 건축, 좋은 주택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지가가 올라서 주거 안정성이 흔들려서 지가의 상승을 반대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역 간 지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부동산 시장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건축, 아름다운 공간, 안락하고 쾌적한 주거공간, 아름다운 도시까지 우리가 우리의 건축과 도시를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이 머무는 공간, 이웃과 함께 울고 웃는 공간, 아련한 추억을 담아내는 건축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팔기 위한 건축, 무언가로 바꾸기 위한 주택을 넘어서서 후대에 물려주고, 스스로 가꾸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우리의 건강한 삶이 담기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이제는 부동산 게임을 멈춰야 한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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