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계획 주요장치 성능 확보·구축 불가능…"추가 예산·사업기간 연장 필요"

조감도=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조감도=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1조 5000억 원에 달하며 건국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 계획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검 결과가 나오면서 추진 방향의 재설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번째 변경된 사업 기간에서도 주요 장치의 성능 확보는 고사하고 구축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주 진화와 원소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중이온가속기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 증대를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시설로 과학기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구축 완료 이후 실제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예정됐지만, 기약 없는 완료 시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 총괄점검단이 2일 공개한 사업 점검 결과를 보면, 주요 장치 설치 완료와 빔 실험 수행이란 주요 목표 달성이 사업 기간(2021년 말) 내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핵심 장치인 저에너지가속장치(SCL3)와 고에너지가속장치(SCL2) 구축을 비롯해 주요 부품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해결 시점도 가늠이 되지 않는 상태다. 사업 기간은 앞서 2011년 착공을 시작으로 2017년에서 2019년으로, 다시 2021년으로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특히 SCL2는 성능 확보를 비롯해 제작·설치 일정 등 사업 기간 예측(설정)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됐다. 구체적으로 SCL2에 들어가는 전체 가속관 213기 가운데 5기의 시제품만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계획 대비 시제품 제작 지연 기간만 14개월째다. SCL3와의 병행 추진 능력도 부족할 것으로 판단됐다.

SCL3의 경우 성능 확보가 늦어져 본제품 제작·설치 지연이 발생 중이고 오는 9월까지 완료 계획이지만, 여전히 제작 공급 물량과 성능 시험 등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단 측에선 장비 구축 예산으로 1444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단 입장으로 알려졌다. 전체 예산 1조 5183억 원 가운데 이미 완료된 부지 매입(3571억 원)을 비롯한 시설 건설에 6384억 원, 장치 구축에 5228억 원 등이 올해까지 집행될 예정인데, 추가 예산까지 합하면 전체 예산은 1조 6600억 원대로 치솟는다.

이에 총괄점검단은 사업 추진을 위한 대안으로 현 일괄 구축에서 단계 구축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기존 구축 범위를 유지하면서 당초 사업 기간에 가능한 범위까지 추진하되, 기술이 확보된 SCL3를 중심으로 장치 운영과 병행하면서 SCL2 선행 연구개발을 벌여 향후 제작·구축에 착수하자는 것이다.

다른 대안으론 기존 구축 범위는 유지하면서 사업 기간을 오는 2025년까지 4년 연장을 하는 내용이다. 사업단에서 추가 요구하는 장비 구축 예산 1444억 원이 포함된 안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최종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한 사업 관리 강화 방안으로 사업 추진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속 상설 관리 기구 설치, 단일 사업 과제를 다수 과제 체계로 개편, 제작 업체 다변화와 관리 강화, 협업 활성화와 성과 중심의 조직 혁신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사업단은 향후 총괄 점검 결과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사업 기본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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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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