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발길 끊긴 '먹자골목'…SNS '핫플레이스'에 신흥상권도 맥 못 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2주 연장된 1일 오후 대전 서구 월평동 음식점 골목.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제한과 유동인구 감소로 수 개월 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잔=김용언 기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2주 연장된 1일 오후 대전 서구 월평동 음식점 골목.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제한과 유동인구 감소로 수 개월 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잔=김용언 기자
"이제 좀 괜찮아질까 했더니 명절까지 거리두기 연장이라니 할 말이 없네요. 정부 지원금은 밀린 가게 월세로 이미 나갔는데, 앞으로 인건비와 전기요금은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현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2주간 연장하기로 하면서 대전 지역 소상공인들이 절망에 빠졌다. 가게 문을 열면 열 수록 적자만 쌓이고 설 명절 대목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이마저도 거리두기 연장에 따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을 토해냈다. 주택가에 형성돼있는 골목 상권이 느끼는 거리두기 연장 타격은 유독 뼈아프다.

1일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텅 빈 가게를 보며 한숨 쉬었다. 어스름 짙은 저녁이 되면 직장인들이 하루 회포를 푸는 음식점이 몰려 있는 이른바 먹자골목. 골목 한 곳에 자리한 김씨의 고깃집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되면서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시간 제한 이후 그의 가게 매출은 코로나 여파가 덮치기 전에 비해 60% 이상 뚝 떨어졌다. 김씨는 "고깃집은 저녁 매출과 회식 등 단체 손님이 주 소비층인데,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되면서 손님을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자리를 잡으면 7시가 훌쩍 넘는다"며 "2시간도 안 돼 8시 40분부터 손님들에게 `방역 지침에 따라 상을 치워야 한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출 감소도 그렇지만 가끔 `흥이 끊긴다`며 불평하는 손님이 있어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설 특수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던 상인들은 거리두기 유지로 매출 회복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월평동에서 민속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설 연휴에 동네 주민의 가족들이 모이면 장사가 잘 될 수 있다고 희망을 걸었는데 수포로 돌아갔다"며 "가게 사정으로 점심 장사도 여의치 않아 구멍 난 매출을 어떻게 메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 새로운 상권으로 떠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갈리단길(서구 갈마동을 서울 경리단길에 빗댄 말)로 알려진 갈마동 골목상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 예전만큼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좁은 가게에 무리해서 6인석을 배치했는데 한 달 동안 자리를 채우지 못해 무용지물이 됐다"며 "거리두기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추가 연장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게 좌석을 줄이기로 했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한씨는 "선술집은 저녁 식사 후 2차로 오는 고객이 많아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매출이 가장 높았는데 영업시간 제한 후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다"며 "매출이 줄어 술과 식재료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갈마동이 신흥 상권으로 부상하면서 상가 수요가 늘어 코로나 이전에 권리금으로 2000만 원을 낸 상인들도 있다"며 "가게 운영으로 적자가 쌓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문을 여는 상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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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대전 갈마동 한 카페에 손님 없이 가게 조명만 밝게 켜져 있다. 사진=김용언 기자
지난 달 31일 대전 갈마동 한 카페에 손님 없이 가게 조명만 밝게 켜져 있다. 사진=김용언 기자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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