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군인 자리 보전용 '냉전시대 유산'…"재난 대비 가능한 방향 개선해야"

[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홈페이지 캡처]
과학기술계 일각에서 전쟁 등 비상사태 대비 업무를 맡는 비상안전계획관(계획관)이 퇴직 군인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며, 현재 직면한 감염병이나 기후관리 등에 대비하기 위한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연구노조)은 최근 성명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에 군 출신 비상대비업무 담당자(계획관) 임용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대착오적인 제도를 강요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라 비상사태에 대비 국가 인력·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시해야 한다. 이에 현재 전국 약 6000개의 중점관리지정업체에선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를 두고 있고 이 가운데 규모나 역할이 큰 약 480개 기관이나 업체에 대해선 행정안전부가 계획관을 임용·추천하고 있다. 계획관은 대위부터 대령까지 장교를 대상으로 하며, 임기는 60세까지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 기관 25개 가운데 전시 전환 시 활용 등을 고려해 화학연 등 9개 기관에서 계획관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조 측에선 "냉전시대 국가비상 상태가 아니라 현재 직면한 감염병, 기후위기와 같이 국가적 재난·재해 위기를 맞아 제대로 된 대비가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시대착오적인 제도 운영과 낙하산식 임용 강요에 대해 단연코 반대하며 임용 철회를 위해 어떠한 행동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비상사태 시 인적·물적 자원 관리란 계획관 역할에 대해선 공감을 표하면서도, 고액 연봉에 따른 인건비 충당 문제, 업무 평가 등에서 별도 관리되는 데 따른 특혜 논란, 특별채용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측에선 임용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으나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피력했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인력 배치는 행안부 주관이라 과기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비상시나 전시 상황이 되면 그분들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군인들이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감염병 등) 재난 관리도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도 "비상 대비 업무도 해야 한다. 택일은 말이 안된다. 민간인 출신이 비상대비 업무(군사 작전 지원)까지 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군인 출신 임용 이유를 설명했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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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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