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충남문화재단의 금년 새해는 유난히 바쁘고 소란하고 새롭다. 2년 임기의 새 이사진과 미래정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나는 지난해 세운 `충남문화예술 2030` 청사진과 금년 재단 현안을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드리며 전문가로서의 자문을 구했다.

그중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일순간에 귀에 꽂쳤다. 한심스런 당파싸움과 시기질투로 억울한 고난에 처했지만 오직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한마음으로 형극의 가시밭길을 걸어 내려가 마침내 세계 전쟁사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며 국난을 극복한 위대한 한 인간의 삶과 철학을 새기자는 것이다.

한국 최고의 이순신 연구가인 보령출신 박종평 미래정책위원의 제안으로, 아산에서 공주거쳐 논산까지 `이순신의 길`을 만들어 역사문화관광자원화 하자는 것이다.

충무공 연구를 위해 전국을 답사한 그는 호남과 영남은 지나간 흔적만 있어도 온갖 스토리를 만들어 지역문화자산으로 활용하고 관광수입을 창출하는데, 정작 본고장인 충남은 현충사 말고는 이렇다 할 스토리창조와 자원화가 없으니, 충남인으로서 속이 많이 상한다며 재단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이날 전국 유일의 문화체육부지사를 만든 충남문화재단 이사장 양승조 지사는 새 이사진들에게 정신문화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충남인은 품격 있는 문화를 가꾸고 누려야 한다며 재단의 역할을 주문했다. 일찍이 존경하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탄식과 감동 속에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삶을 이해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중문화의 한류가 거세게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앞다퉈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물어오는 오늘, 우리는 우리의 역사문화, 자랑스런 위인들의 삶과 철학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 삶의 지표로 삼고 있는지 돌아 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충남의 상징 이순신 장군이 걸어간 고난의 길을 직접 발로 걸으며 전쟁과 정치, 인생을 생각해 보는 역사의 길인 이순신의 길을 만들고, 이에 걸맞는 스토리를 예술로 표현해 많은 이들이 찾아와 걷게 하고 싶다.

이어지는 길에서 `동학년 곰나루의 아우성`을 사무치게 생각하며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 민족시인의 삶을 반추하며 이 시대 남북의 하나됨을 생각하는 문학의 길 `신동엽의 길`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충남대 이정호 총장과 제자들이 공부하던 향적산방과 논산에 세워지는 충청유교문화원에서 김장생의 조선 유학과 주역을 넘어 정역에 이른 개벽을 만나는 철학의 길 `기호유학의 길`을 만나보면 어떨까.

문학, 역사, 철학으로 만나는 우리문화의 정수가 충남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우리 인문정신을 부흥시키는 세 개의 길에서 예술과의 만남이 이뤄지면 정말 좋겠다. 예술은 인간의 삶과 인문정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성이 발현되는 법이며, 위대한 작품은 모두 역사와 철학에 바탕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문화충남의 길`은 우리 고장에서 뜨겁게 살다 가신 분들의 삶과 철학을 재발견, 재평가, 재창조하며 그것을 다양한 예술의 지평에서 현재화 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룡산과 금강이 미래 한국의 중심이 되고 내포 용봉산 줄기에 세워질 예술의 전당에서 그 철학과 예술이 만나 신한류로 꽃피울 날을 고대하면서 흰소띠의 해를 맞고 싶다.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