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준 서천군의회 의원
조동준 서천군의회 의원
충청의 젖줄인 금강. 선사시대부터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충청 지역을 굽이굽이 관통하며 충청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1990년 11월 금강하굿둑이 생기면서 천리길 금강이 막혔다.

서천의 농업용수와 군산의 국가산업단지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서였다. 1840m 제방은 충남과 전북을 잇는 교량 역할까지 맡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갯벌을 끼고 있는 한국의 서해는 예로부터 다양한 어족자원을 가진 황금 어장이었다.

금강하굿둑이 완공되자, 금강하구와 서천 연안에는 토사가 쌓이기 시작했다.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반농반어인 농어촌 소득이 줄어들었다.

충남 최초의 국제무역항이었던 장항항의 항구 기능도 쇠퇴했다. 갈수록 쌓여가는 토사로 인해 3000t급 선박도 접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퍼내도 퍼내도 쌓이는 토사는 해마다 수백억 원의 준설비만 투입되는 `밑빠진 독`이 됐다.

심지어 작은 어선조차 장항항을 드나들 수 있는 시간이 만조 무렵으로 제한되었다. 매년 집중 호우 때는 장항읍 곳곳이 침수 피해까지 입고 있다.

금강하구 유부도는 백합, 동죽, 바지락 등의 서식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생태 섬이었다. 하지만 토사가 쌓이면서 원래 모래 함유량이 70% 정도인 모래펄 갯벌이 진흙 펄로 바뀌었다. 지금은 쓰레기 천국에다가 각종 어패류와 철새들도 살기 어려운 조건으로 변해 가고 있다.

강 건너 군산 쪽도 마찬가지다. 군산 내항은 2006년도에 이미 폐쇄됐다. 군산 외항 쪽 수심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새만금방조제는 충청 연안에 토사 퇴적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됐다. 금란도는 202만 7천㎥(61만 평) 규모로 지난 1970년대부터 군산 내항 항로에서 퍼낸 토사로 조성된 인공 섬이다.

지난해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그러나 백 번을 생각해도, 금란도에 대한 개발 논의보다는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이 먼저다. 2018년 서천과 군산을 잇는 동백대교가 개통되면서 금강하굿둑을 이용하던 차량 운행 거리가 기존 14㎞에서 4㎞로 줄어들었다. 운행시간도 30분에서 5분으로 크게 단축되면서 하굿둑의 교량 기능 또한 감소했다. 금강 하굿둑은 태생부터 잘못된 토목사업이다. 민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닷물과 섞여야 하며, 바닷물은 조석 간만의 차에 따라 강으로 역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서해안 지형이 바뀔 정도로 많은 간척 사업을 벌였다. 지금은 오히려 방조제를 허물어 친환경적으로 돌아가는 게 시대적 흐름이다. 금강하구와 서천 연안은 생태의 보고다.

대한민국 1호 순천만 국가정원처럼, 전국 최초의 갯벌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신안군 증도처럼, 갯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활용하고 이용하는 게 대세다.

세계적으로 강의 하구를 막아 민물과 바닷물의 유통을 완전히 차단한 사례는 거의 없다. 장기적으로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미 금강 공주보 부분 해체, 세종보 해체, 백제보는 상시 개방으로 결정됐다.

금강 하구가 하굿둑으로 막히기 이전까지만 해도 강 하구에서 40여 km 내륙의 논산시 강경까지 200톤가량의 소금배와 고깃배가 오갔다. 당장 급한 것은 금강하굿둑이다.

다시, 강물은 흘러야 우리 인간이 산다.

조동준 서천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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