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맞절 할지니`

동학 농민군이 꿈꿨던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는 1895년 일본군에 처참하게 짓밟혔다. 우리 농민 수십만이 섬멸당한 공주 우금치와 금강의 한을, 시인 신동엽은 서사시로 펼쳐냈다. 백제의 의자왕은 660년 웅진성(지금의 공주 공산성) 서문을 빠져나와 당나라의 소정방 장군에게 항복했다. 600년 왕업(王業)이 그렇게 끝났다.

금강에는 천년의 슬픈 역사가 흐르고 있다.

소설가 최인호는 찬란했던 해상왕국 백제를 소설 `잃어버린 왕국`으로 되살렸다. 백제 제25대 무령왕릉 지석에 무령왕은 `백제 사마왕(百濟 斯麻王)으로 기록돼 있다. 무령왕은 일본 사가현 가카라시마에서 탄생했다. `사마(斯麻)`라는 말은 일본 말 `시마(島)`를 음차한 것이었다. 2019년 6월 나는 가카라시마를 방문해 무령왕 탄생을 기념하는 비석을 세울 것을 약속했고, 지난해 9월 그 약속을 지켰다.

백제는 진취적 기상으로 왜(倭)와 중국 산동성 일대에 해상 왕국을 건설했고, 백제 문화는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 6, 7세기 아스카 문화로 꽃 피었다.

금강에는 백제의 영화가 함께 흘러내린다.

공산성 주차장 바로 옆에 내 단골 밥집이 있다. 지난 봄 4월 총선 때 서울서 손님이 오면 늘 그 집으로 모셨다. 손님들을 배웅하면서 난 이렇게 얘기했다.

"가을쯤 공주보에 물이 다시 가득 찰 때 한번 더 오십시오. 공산성과 공산성 위로 뜬 달, 일렁이는 금강의 물결, 유등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금강이 들려주는 천년의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권이 1월 18일 금강수계의 공주보와 세종보를 때려 부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주보의 공도교는 살려두고, 아래의 보는 부순다고 한다. 1, 2층은 철거하고 3층만 살려두겠다는 것이다. 금강 수계의 보를 부수면 왜 안되는지, 그 시비(是非)와 전말(顚末)은 목에 피가 나도록 얘기했다. 이 정권의 무지막지와 집요함, 어깃장과 몽니에 기가 질린다.

이 정권은 4대강 보를 부숴야 한다고, 수많은 이유를 댔다. 사실 검증에서 살아남은 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4대강 보 파괴를 제시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뿐이다.

보를 파괴해야 금강이 자연 상태로 복원된다, 보를 전면 개방해야 금강의 물이 맑아진다.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환경부의 `금강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년 5개월간 금강 영산강 5개 보 수문을 열었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수질이 악화됐다. 클로로필a(엽록소),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TP(인 함량) 등 6가지 수질 값을 측정한 결과, 공주보·백제보에선 6개 항목의 수질이 수문 개방 이전에 비해 모두 나빠졌다. 보에 물을 가득 채우면 수량이 많아져서 오염물질 희석과 분해가 쉬워진다는 과학적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문재인 정권은 `보에 담긴 물을 빼니 수질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 해체 결정을 내렸다. 공주보와 세종보 건설에 각각 2032억 원, 1201억 원이 들었다. 두 보를 허무는데 드는 비용이 718억 원이다. `월성원전 언제 폐쇄하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원전 경제성 조작에 나섰던 산업자원부 공무원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고 있다. 금강 영산강의 보를 부수는 이 공무원들, 무모한 국토 파괴 행위에 책임질 각오는 하고 있는 것일까? 정권의 엽기적인 결정에 지역주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낙동강·한강 보는 손을 못 대면서, 금강 보부터 때려 부수겠다는 거냐" 금강의 주인은 조상 대대로 금강 물로 밥 짓고 농사지으며 살아온 지역주민과 농민들이다. 공주 보 세종보 해체,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금강이 울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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