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장진웅 기자
취재2부 장진웅 기자
영화와 예능을 오가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윤여정 씨는 한 방송에서 "지적을 안 받게 되면 그게 권력이 되는 거야"라고 말한 바 있다. 아집을 경계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최근 모습은 권력을 자처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내달 2일 열리는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 추진 방향 토론회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과학기술계 특정 인사인 A 씨를 배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는 모 의원실은 A 씨를 토론회 패널로 과기부에 추천했다. 그러나 과기부는 A 씨가 해고 관련 분쟁 중이란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고, 재차 추천받은 다른 인사도 전문성 부족을 명분 삼아 다시 반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인사와 A 씨는 전국공공노조 간부로 활동 중이다. 이에 과기부는 토론회에서 A 씨 등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을 꾸준히 지적해오던 노조 측의 참석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중이온가속기 전문가이기도 한 A 씨는 사업에 실제 참여하면서 목도했던 문제점들을 약 3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핵심장치의 성능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며,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왔다. 그러나 A 씨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사업은 A 씨의 지적 내용이 현실화되면서 세 번째 기간 연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중대 위기에 놓여 있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과기부는 사업의 향배를 결정지을 토론회에서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게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패널 구성원이 사업 관련 이해관계자로 이뤄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각본설 등 억측성 의혹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기부에선 이를 의식했는지 A 씨를 토론회에 참석시키는 것으로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는 소식이다. 이유가 어떻든 환영할 일이다. 다만, 실제 토론회에서도 이런 전향적인 자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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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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