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고등학생 시절 영어선생님께 연상 기억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정보나 개념을 인지했을 때 이와 관련된 정보를 연상하는 뇌의 기능을 활용한 것으로 매우 유용한 학습 방법이다. 그 시절 암기했던 많은 단어들 중 수업내용까지 기억 나는 것이 있다. "너희들 타투하면 되니, 안 되니? 안 돼! 그래서 타투(Tattoo)는 타부(Taboo)기억하자." 졸업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타투하면 타부가 떠오른다.

Tattoo- 문신, 바늘로 피부에 상처를 내고 물감으로 글씨나 그림 등을 새기는 것으로 영어권에서는 가볍게 Ink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역사는 BC 2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람세스 2세의 아버지이자 고대 이집트 제19왕조의 왕이었던 세티 1세의 무덤에서 처음 발견 됐다고 한다. 동양문화권에서는 종종 문신을 범죄의 표식이나 위협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러나 문화권에 따라 종교적, 사회학적으로 다양한 의미가 있으며 미학적으로도 높은 가치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좌우명, 날짜 혹은 가족이나 연인, 반려동물의 얼굴을 새기는 등 타투가 보편화 되며 이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졌다. 오히려 자유의 아이콘이자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인 동시에 기억을 소장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됐다. 타투이스트들은 아티스트로서 그 어느 미술매체보다 대중과 가까이, 직접적으로 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판화는 타투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새긴다`는 행위와 잉크의 사용, 그리고 소외된 장르라는 것이 그렇다. 20세기 이후 급진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복수 재생산이 가능한 특성이 오히려 흔한 것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사실 미술사에서 판화는 한국의 독자적 장르로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필두로 한국의 판화, 그 중에서도 목판화의 우수성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주거 공간의 중요성과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념적 허들이 낮아지면서 가격이 높지 않고 구하기 쉬운 판화작업이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예술은 언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어야 한다. 제약이 없는 예술, 그렇게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삶이 예술이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