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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5천억 중이온가속기 난항 이유 있었네"

2021-01-26 기사
편집 2021-01-26 16:24:35
 장진웅 기자
 woong853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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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저비용·고효율 설계…핵심장치 성능 미확보 때문에 위기

첨부사진1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기초과학 최대 프로젝트인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의 난항 원인이 5년 전 추진 기관의 판단 실수에 의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핵심장치에 대한 효율적인 설계안을 도출해놓고도 시간 지연 등을 들어 실제 적용에선 배제했는데, 정작 사업은 현재 핵심장치 미비를 이유로 잇따라 지체되고 있다.

2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 추진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15년 1억 원을 들여 중이온가속기 연구기관인 '아르곤연구소(미국)'에 핵심장치에 관한 대안 설계안을 용역연구 의뢰했다. 아르곤연구소가 내놓은 대안 설계안은 기존 설계보다 구축·운영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BS는 대안 설계안을 실제 사업에 반영하지 않았다. 기간 지연과 사후관리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IBS 한 관계자는 "(대안 설계안이 운영 면에서) 효율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구축 기간이 5-6년이나 걸리고 금액도 예산보다 더 비싸다고 (판단해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핵심장치) 자체가 예민한 것이라 국내 업체에 맡겨야 했다"며 "(대안 설계대로) 해외에서 제작하게 되면, 제작해서 가져오는 상황에서 리스크 (발생 우려와) 문제가 생기면 해외에 다시 보내야 되니까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사업은 핵심장치들이 덜 갖춰지거나 성능 확보에 실패하면서 세 번째 기간 연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시간과 비용 모두 허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국내에서 제작된 핵심장치들이 성능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구축 완료 뒤 정상 운영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여기에 최근 국내외 연구진이 대안 설계를 높게 평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당시 IBS의 판단에 더 아쉬움을 주고 있다. IBS 연구원 3명과 아르곤연구소 등 해외 연구원 3명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이달 초 국제학술지 'NIMA'에 '초천도선형가속기 디자인 옵션'이란 논문을 발표해 대안 설계안이 현 설계보다 가속관·저온유지모듈·선형가속기 등 핵심장치 개수가 적고 규모가 작아 구축·운영 면에서 비용을 약 50% 절감할 수 있고, 품질도 더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IBS 한 관계자는 "당시 연구용역 대상은 저에너지 가속 구간"이라면서 "평가위원회 등을 거쳐 결정된 현 설계를 바꾸기엔 워낙 대형사업이고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다 반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에너지 가속 구간 핵심장치 구축 비용은 약 4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이온가속기 한 전문가는 "전체 사업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저에너지 가속 구간은 이미 주요 장치들의 양산 계약이 완료됐기 때문에 지금 수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시제품 성능 검증이 끝나지 않은 고에너지 가속 구간이라도 가속기 디자인 최적화를 통해 비용·일정·기술적 리스크 등을 줄일 방안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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