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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건강한 풍토를 위하여

2021-01-27 기사
편집 2021-01-27 0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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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강표성 대전여성문학회 회장
며칠 전에 우연히 NHK 방송을 보았다. 황금 시간대인 밤 9시 뉴스에 나오키상 수상자가 환한 얼굴로 인터뷰하고 있었다.

나오키상은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일본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순수문학 쪽을 고집하는 아쿠타가와상과는 달리, 대중적인 작가 선발에 의의를 둔다. 1935년부터 매년 1월과 7월에 시상하는데, 후보 선정에서 수상자 발표까지 철저하게 검증하는 만큼 독자들의 관심 또한 대단하다.

비슷한 시간대에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표절 뉴스가 나왔다. 손 모씨가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를 도용하여 5개의 문학상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무면허 운전자가 남의 자동차를 훔쳐 폭주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분별한 욕심이 야기한 파행도 문제거니와 이를 거르지 못한 공모전 시스템도 문제다.

국내 주요 문학상은 공식적으로 400여개가 넘는 걸로 추산된다. 표절로 인한 수상이 불거지자 문체부에서는 전국문학상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표절, 도용, 중복 응모 등을 방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남의 잔칫상을 휘젓고 다니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 누군가 밤새워 쓰고 또 썼을 열정과 노력을 가로채는 것은 아주 고약한 범법행위다. 그러나 현행법상 저작권법에 반하는 표절은 친고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사자 아니면 공소제기가 어렵다. 기존의 작가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공모전 심사자는 매의 눈으로 표절을 찾아내고, 참가자에게는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편법은 커다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강력한 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나 문학의 수준은 국력의 척도나 다름없다. 자국 문화의 세계화를 일찍이 외친 일본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막대한 투자가 만든 결과다. 국내의 문학상이 노벨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작은 징검다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시기만 되면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데, 일종의 결핍감으로 부글거릴 일만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건강한 풍토를 유지하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강표성 대전여성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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