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호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정철호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를 지방화 시대 또는 지역이 서로 경쟁하며 공존하는 `지역의 시대`라고도 한다.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집권화된 체제를 넘어 이제는 지역이 가진 자원과 문화, 인재를 활용하는 자생적이고 특화된 발전 전략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것이다. 지역이 그들만의 특화된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그것이 전국적으로 퍼즐처럼 맞춰질 때 비로소 국가의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역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청년세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청년은 지역 산업과 경제 발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경제 생산과 출산 기능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들은 어느 세대보다 강력한 변화와 성장의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사고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어 지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지역이 발전하려면 청년이 모여들고 미래를 꿈꾸며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사실 대전은 타 시도와 비교해 봤을 때, 과학기술이나 행정·서비스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대기업이 부재한 등 산업구조가 취약함으로 인해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 또한 대전이 가진 특유자산인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창업이 활성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시장과 투자 자금이 풍부한 수도권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안타깝게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꿈과 희망을 펼치며 오랫동안 정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청년들이 지역에서 먹거리를 찾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몇 가지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선 지난 15년간 대전시민의 숙원이었던 `혁신도시 지정`이 마침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대전의 혁신도시 지정은 대전시를 중심으로 150만 대전시민이 한 뜻으로 일치단결하여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혁신도시 지정은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넘어 대전의 원도심과 신도심 간 균형발전은 물론 대전·세종·충청 지역 공공기관들이 지역인재를 30%까지 의무 채용해야 하므로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큰 성과이다. 전 세계에 걸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특히 작년부터 이어져 오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더욱 심화하는 시기에 쌍수 들고 환영할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대전이 가진 강점이자 특유자산을 활용한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스타트업 파크 조성사업` 선정이 그것이다. 대전은 다수의 대학과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전국 최고의 기술과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기반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창업기업들이 추가 성장을 위한 시장과 자금 확보의 한계 인식에 따라 결국 수도권으로 이전해 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민간 주도의 기술창업 거점인 스타트업 파크가 조성되고, 인근의 팁스타운은 물론 지역 내 창업지원 인프라와 연계를 통해 대전형 창업과 기업 성장의 플랫폼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월 대전시에서 발표한 청년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역 청년 10명 중 9명은 희망 근무지역으로 대전시를 선택했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아 대전을 떠나는 청년이 많은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이러한 인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말한 대전의 긍정적인 변화가 청년들이 더 이상 대전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오고 싶어 하는 대전으로 거듭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일자리와 성공 창업에 대한 희망을 품고,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대전이 되길 소망한다. 정철호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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