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대전시를 방문해 허태정 시장으로부터 주요 시정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는 장면이 연출됐다. 국회수장의 광역지자체 방문은 드문 행보로서, 국회의장을 초청한 허 시장 입장에선 시정현안을 박 의장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을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허 시장은 업무보고 형식으로 박 의장 앞에서 지역현안들을 줄줄이 열거했다. 이럴 때 보통 `건의`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박 의장의 지원과 관심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중의적 표현법이라 할 것이다.

대전의 핵심 당면 현안사업들은 국회의 예산 뒷받침이 전제돼야 순항하게 된다. 다만 물량을 의식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현안 리스트를 선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허 시장이 박 의장의 지원사격을 요청한 사업들은 비교적 합리적으로 선별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중단기 정책들의 경우 방향성 관리를 통한 균형추 역할에 방점이 찍힌다면 그렇지 않은 사회기반시설 확충 같은 단위 사업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 하나 하나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이게 대전시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 할 수 있고 그런 현실에서 박 의장의 역량과 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바람직한 그림이라 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광역철도 2단계 건설과 보령-대전 고속도로 건설, 호남선 고속화 사업 등을 가시화시켜야 할 때가 됐으며 도심 통과 경부선·호남선 철도 지하화 문제도 정부 정책화 단계로 진입토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혁신도시 지정에 따른 공공기관 유치 문제도 정면돌파를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대전은 인구 감소 문제가 추세적으로 심상치 않다. 중기부 세종 이전, 정부출연연 대덕 이탈 또는 타지 분원 설립 등의 쪼개기 현상이 단적인 예로 꼽힌다. 이대로 두면 도시의 제1 자산 목록인 인구수 추락을 감당하기 버겁다. 이에 실효적으로 대응하려면 상당 규모의 공공기관 대전 유치가 필수적인 만큼 박 의장과 대전시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할 수 있다.

박 의장이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 더 많은 시정현안들에 대해 더 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대전시는 정부를 상대로 충분히 벌어놓아야 할 것이고 박 의장도 은근한 조력자역을 마다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