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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늑대 내쫓으려 호랑이 키우나

2021-01-21 기사
편집 2021-01-21 10:47:34
 송연순 기자
 yss83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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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반사이익 '공룡 경찰' 탄생
與, 檢수사·기소권도 완전 분리 추진
견제 없는 막강 권한 '괴물'전락 우려

첨부사진1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17세기 영국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인간이 자기 보존을 위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로 합의하고 계약을 맺어 만들어진 것이 국가라고 보았다. '사회계약론'의 토대를 마련한 홉스는 개인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가라는 권력에 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거대한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Leviathan)'의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은 언제든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진짜 괴물'이 될 수 있다. 1980년대 헬멧과 청바지 차림에 곤봉을 든 사복경찰 '백골단'은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시위대 진압 및 체포를 목적으로 조직된 '백골단'은 진압과정에서 무자비한 구타로 시위대를 초주검으로 몰아넣곤 했다. 그 시대 '백골단'은 시위대에게 '괴물' 만큼이나 섬뜩한 존재였다.

경찰이 올해 전례 없는 대 변혁기를 맞으며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7년 만에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독자적으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수사 개시권'과 끝낼 수 있는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3년 뒤인 2024년에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다. 또한 경찰 사무가 국가·자치·수사로 분리돼 국가사무는 경찰청장, 자치사무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수사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한 지붕 세 가족' 시대를 열게 됐지만 사실상 경찰청장이 모두 지휘한다. 당초 국가·수사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완전히 이원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지휘체계만 나뉘었을 뿐 권력 분산이 이뤄지지 않아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이번 경찰 조직 개편으로 총 537명의 증원이 이뤄졌다. 치안정감 1명, 치안감 3명, 경무관 12명, 총경 24명 등 고위직도 대폭 늘어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견제 장치 없는 공룡 경찰 조직을 만들어 놓고 경찰 개혁이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매머드'급으로 몸집이 커진 경찰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왔지만 제대로 된 수사 역량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무자비한 학대와 방임으로 생후 16개월 만에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 수사는 국민들의 공분을 불렀다. 학대 행위로부터 정인이를 세 번이나 구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경찰은 이를 놓쳤다. 급기야 김창룡 경찰청장이 나서 두 번씩이나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혐의 사건에서도 경찰은 석연치 않은 내사 종결로 비판을 받았다.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수사에서는 미숙함을 드러내고, 권력층 비리 수사에서는 눈치 보기 급급한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 분리 등을 목표로 '검찰개혁 시즌 2'를 추진 중이다. 검찰의 수사기능을 폐지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 참사 등 6개 분야로 축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여당 원내 대표단과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경찰 개혁은 검찰 개혁과 한 세트'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검찰과 국정원의 힘을 빼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으로 경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검찰과 경찰 개혁의 취지는 퇴색한 채 '골칫거리' 늑대를 내쫓기 위해 호랑이 키우는 우(愚)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경찰이 통제장치 없는 과도한 권한을 갖게 되면 '독재적 리바이어던(괴물)'으로 군림할 수 있다. 따라서 공룡 경찰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경찰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민만을 바라보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야 한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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