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제기한 상대 업체 편 드는 공무원…법조계 "통상 기관입장 주장하는데 이례적"

대전 서구청 전경 [사진=대전일보DB]
대전 서구청 전경 [사진=대전일보DB]
대전 서구청이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 소송 심리 과정에서 업체측의 주장에 반박은 커녕 소극적으로 대처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장종태 서구청장을 상대로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 19일 대전지법 제21민사부(임대호 판사)에서 심리가 진행됐다.

해당 업체측은 법정에서 "최근 서구청이 낸 폐기물 처리 위탁업체 선정 공고에 `대전시 조례에 따라 관외에서 발생된 폐기물은 시가 운영 중인 폐기물처리 시설에 반입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는 5억 원을 초과하는 계약에서 지역제한을 둘 수 없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업체의 주장에 서구청 공무원이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공무원은 업체측 변호인의 발언이 종료된 뒤 "업체의 주장과 관련해 서구청의 의견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이후 이 공무원은 대전시의 입장이 담긴 서류를 판사에게 제출하긴 했지만, 법조계는 공무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통상 이런 소송은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고 다투는 것이 기본인데, `의견이 없다`는 것은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예를 들어 갑자기 누가 나한테 1억 원을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법정에서 의견이 없다고 답하는 것은 1억 원을 갚겠다는 뜻"이라며 "보통 행정기관들은 이런 소송이 걸리면 절차상 하자가 있든 없든 대법원까지 가는 것이 기본인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행정기관들은 고문 변호사가 있기 때문에 소송이 시작되면 담당 공무원이 아닌 변호사가 재판에 참석한다"며 "법정에 변호사 없이 공무원 혼자 참석했다는 것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재판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무원은 "고문 변호사가 참석하지 못한 것은 소송이 갑자기 진행되다 보니 일정을 맞출 수 없어 참석하지 못한 것이지 안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견이 없다고 답한 것도 대전시에서 받은 자료에 관련 내용이 다 있었고, 이를 판사에게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소송은 이날 기각결정됐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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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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