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공주보 수문 개방 모습 [사진=대전충남녹색연합]
금강 공주보 수문 개방 모습 [사진=대전충남녹색연합]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금강 세종보와 죽산보를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의결 과정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위원회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열리던 전날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 해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해체시기에 대해서는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유보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 등은 19일 위원회가 전날 내놓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대해 "대선공약으로 `재자연화`를 말한 지 4년이 돼가고 이제 대선국면으로 접어드는데 국정과제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말로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우선 정부가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 상시개방 △승촌보 상시개방 △죽산보 해체 등을 결정하면서 구체적 시기와 이행 방법 등에 대해서는 `지역 여건 고려` 등의 단서 조항을 붙여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조항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 주민 등과 협의해 결정하라는 것인데, 환경단체들이 보기엔 사실상 지역의 반대가 있을 경우 보 해체나 개방을 미룰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한 로드맵이 없이, 정권 4년만에 무기력한 발표를 했다는 점에서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이날 SNS에 "4대강 보 때려부술 돈으로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을 도와줄 순 없는가"라고 일갈했다. 정 의원은 보 해체 결정 직후 "2019년 2월 환경부 `4대강 보 처리방안`의 후속 조치로 투입된 국민세금만 501억 4400만 원에 달한다"며 혈세 낭비를 비판했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의결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배 대변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으로 온 관심이 쏠린 어제, 정부가 슬그머니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 해체를 결정했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해체시기는 유보한데 대해 "참으로 비겁한 결정"이라며 "정부 부채비율 60%도 2025년으로 떠넘겼듯, 떠넘기는 게 이젠 습관이 됐나"라고 꼬집었다.

주민과의 소통에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배 대변인은 "수 천억을 들여 지은 보를 또다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부수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민법에 강의 원래 주인은 강을 이용하는 주민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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