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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또 만날 사람처럼

2021-01-19 기사
편집 2021-01-19 17: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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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현화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사람들은 흔히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 기준이 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과 첫 대면을 가장 많이 만나는 곳 중 하나가 병원일 것이다. 특히나 다른 곳과는 달리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불안과 근심이 가득한 경우가 많다.

몸이 아파 병원에 온 환자들의 첫인상은 다양하다. 매우 힘들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의료진들을 배려하고 인내하는 환자들도 있는 반면 그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해는 하지만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는 일들이 곧잘 있다.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환자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처치를 위해 환자에게 다가갔는데 고성과 함께 폭언이 쏟아졌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인지라 마음을 다잡고 업무에 집중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아, 이 분은 두 번 다시 볼일이 없기 때문이구나' 짐짓 결론을 내리며 그 당시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보호자의 입장으로 응급실에 방문한 적이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환경 속에서 반대편의 입장에 서고서야, 차갑고 지친 눈빛보다 한 번의 성의 있는 눈 맞춤을, 그리고 짧은 한숨에도 움추러드는 자신을 발견하며 반대 입장에 서고서야 보이는 것들에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다.

예전에는 곧바로 응급실로 들어가 신속한 처치를 받아야 했던 환자들도 미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코로나19를 의심할 만한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응급실 내 마련된 격리구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격리병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순번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타고 있는 앰뷸런스가 응급실 앞에 줄을 잇는다. 예전과 달라진 환경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이는 어김없는 실랑이로 이어지고 만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퇴원할 때 기쁨, 내가 도움이 되는 순간이라는 성취감을 맞보는 순간, 일상을 맞이하듯 매일매일 감정의 파도가 일지만, 그 하나로 하루의 고단함이 눈 녹듯이 녹는다.

어느덧 건양대병원은 진료를 시작한 지 20년을 맞았다. 그동안 수많은 분들이 병원을 찾았고, 그 안에서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왔다. 이제는 많은 분들의 얼굴이 익숙하다. 우연히 병원 복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드리기도 하고 먼저 인사를 하실때도 있다.

우리는 어디선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 사람들이 아니던가. 앞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어디선가 또 보게 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할 것을 다짐한다. 김현화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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