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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서사(敍事) 그리고 건축

2021-01-20 기사
편집 2021-01-20 07: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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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이제 우리나라에서 건축이라는 단어는 일상화되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건설이라는 단어와 유사한 뜻으로 혼용하고 있기도 하고, 건물이라는 단어와 별다른 구분 없이 병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문화권에서 건축은 'architecture', 건설은 'construction' 혹은 'building', 건물은 'building'으로 지칭하고 있는 것과 같이 건축은 차원을 달리하는 개념이다.

건축의 의미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에 오늘은 서사(敍事)라는 개념을 더하고자 한다. 국어사전에서 서사(narrative)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음'으로 정의되어있는데 문학 용어로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의 설명을 빌리면 일반적으로 서사는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글의 양식을 지칭한다. 서사는 인간 행위와 관련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언어적 재현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문학 외의 영역에도 다양한 형태의 서사가 존재할 수 있다. 신문 기사, 역사 기록 뿐 아니라 의료 임상 기록, 과학 실험 일지, 예술 공연 일지 등도 넓은 의미에서 모두 서사에 속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서사는 곧 인간 활동 전반에 관련되는 것이다.

건축이 인간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건축은 서사이다. 서사의 힘은 상당부분 진실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진실한 건축은 힘이 있다. 도시재생의 과정에서 낡은 집이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며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역설적 변화는 단순한 복고적 취향의 반영이 아닌, 진실한 서사가 세대를 건너 신선한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배, 이정환이라는 두 30대 청년 건축가 노란 대문 집으로 불리던, 1940년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고택을 리모델링한 공유부엌 '리틀 아씨시'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옛집의 흔적에 이탈리아 카톨릭 성인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 아시시(Assisi)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석조 박공벽의 이미지가 접합되어 있다. 언뜻 생각하면 뜨악한 이 조합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세월을 겪으며 낡은 집으로 퇴락하여 평범한 임대용 근린생활시설로 재건축을 고려하였던 옛집에 대한 동네의 기억을 존중하고, 순례 여행을 통하여 깊은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 아시시의 기억을 나누고 싶었던 건축주의 소박하지만 진실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전에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복사판 서양 고전주의 양식의 예식장 등과는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서사는 비록 복제적 이미지라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요즘 방송사마다 다양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다. 출연자들은 장르, 발성, 용모 등은 모두 다르지만 한 결 같이 심사위원들이 하는 언급에 진정성과 정체성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노래는 정말 잘 부르는데 이상하게 어필이 잘 되지 않는 출연자들을 보며 안타까운 느낌을 갖는 때가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들의 상당수가 서사를 보여주는 데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판단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기본적인 음악적 기본기는 천부적이든 후천적이든 갖춘 상태에서의 이야기다. 음악에서의 예를 봤지만 건축에서도 우리가 건물과 공간에서 올바르게 표현된 서사를 발견함으로써 비로소 건축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전의 시대에 건축이나 음악,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엄정한 형식의 완성을 통한 서사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요즘의 시대에는 개성의 표현을 통한 서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소위 고급 건축에서만 서사가 충분히 어필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임대용 근린생활시설 같은 경우에서도 훌륭한 서사를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임대용 근린생활시설에서는 경제적 이익의 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함 속에서도 약간의 건축적 시도만으로도 풍부한 서사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은 겉치장이 아닌, 진정으로 건축물의 사용자들을 위한 사고의 결과일 때,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건축에서 서사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사)대한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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