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신년 기자회견은 향후 여론을 중시한 국정운영을 예고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주 신년사에서 회복, 포용, 도약을 키워드로 내세웠다면 이번 회견에서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국민의 여론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집권 5년차를 맞아 정치적 이슈에서 벗어나 민생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몇몇 현안에 대해 너무 늦게 입장을 드러냈고,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나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비롯 부동산, 코로나19 백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 대북관계 등 다양한 국정현안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사면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언젠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 한 사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하며 힘을 실어줬고, 월성 원전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정치적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논란을 정리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안정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정책 실패를 자인하면서 주택공급 확대로 방향을 전환할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이런 답변 기조는 불필요한 정쟁 요소를 억누르고 가급적이면 여론에 기대어 국정추진의 동력을 얻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국정 혼란을 부추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 갈등 국면에서 침묵을 이어가 불신을 자초했던 것처럼 사면 논란 등에 대처가 늦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사안마다 입장을 밝힐 수는 없는 일이고, 또 그래서도 안 되지만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거나 국론을 크게 분열시키는 일이라면 대통령이 분명한 태도를 보여 상황을 조기에 매듭질 필요가 있다. 1년 만에 열린 신년 회견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국정 최고 책임자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을 중시한다면 이런 소통의 장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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