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을 정부가 기정(旣定)해 사실로 공표한 15일. 대전시가 배포한 허태정 대전시장 명의의 입장문은 유난히 헐겁고 가난해 보였다. 지역사회가 100일 동안 중기부 논란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다. `중기부 세종 이전 확정고시에 따른 대전시 입장문`이라는 제목 아래 A4 용지 한 장을 채웠다. 제목까지 더해서 542자, 제목 날리고 띄어 쓴 문단을 붙여봤다. 491자. 200자 원고지 2장을 겨우 넘겼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여 이르는 `할많하않` 화법인가. 애써 이 무성의함을 견뎌야 하는지 난감했다. 정부대전청사 소재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22년 동안 지역과 함께 한 행정기관을 정부가 낚아채듯 세종 이전을 결정했는데도 `빼앗긴 자`에게선 비장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전은 `이미 예고`됐으므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느냐는 충청도식 체념의 정서가 응축된 점잔 뺀 입장문으로 곱씹어 읽어야 하나. 아니면 중기부 전출은 확정됐고 빈자리를 메울 `청 단위 기관`의 대전행을 정부에 읍소해야 하는 `을`로서 군색한 처지의 발로인가.

가장 참을 수 없는 이 입장문의 가벼움은 그 흔한 `유감` 표명조차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회피나 면피 등 국면 전환을 목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일상용어로 어휘를 평가절하한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시장은 중기부 세종 이전 확정에 대해 150만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어야 옳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중기부 혼란의 피로감과 한겨울 가투(街鬪)도 마다하지 않은 시민들의 노고를 마땅히 위로하는 것은 시장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장의 유감 표명은 중기부 세종행이 지역사회의 양해와 협의절차가 선행되지 않은 채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행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짚는 상징적 의미도 내포한다. 중기부와 `손절`하는 출구전략은 그 이후에나 유효하다. 중기부 세종 이전에 반대한 대전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한 이들이 허 시장 입장문을 볼까 두렵다. `세종행 사실을 알고도 반기를 든 건 역시 자기네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구나.` 시민사회의 순수성마저 의심받을까 그렇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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