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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꼰대와 어른 사이

2021-01-20 기사
편집 2021-01-20 07: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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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강표성 대전여성문학회 회장
영국의 국영방송인 BBC TWO에서 우리말 꼰대(kkondae)를 '자기만 옳다고 믿는 나이 먹은 이들'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꼰대를 우리 사회의 흥미로운 키워드라고 본 모양이다.

전통 사회에서 노인의 지혜나 조언은 어둠을 밝히는 등대나 인생의 내비게이션과 같았다. 요즘 사람들은 핸드폰에 많이 의존한다. 무엇이든 빠른 속도로 찾을 수 있고 스마트하게 적용할 수 있어서다.

시대가 달라졌다. 삶의 배경이나 환경에 따라 인식이 다르고, 한 집안에 살아도 세대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그 시대만의 주류 정서가 있는데 별 뜻 없이 '나 때는 말야'로 시작하면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어른으로서 한 마디 거들라치면 참견이나 지시로 받아들이고 자칫하면 꼰대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흘러간 강물에 다시 발을 담그는 '라떼족'이 되고 만다.

한 선배가 있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그는 평범한 사람이다. 문학모임을 함께 하는데 합평회가 끝나면 그날 점심은 자신이 내겠다는 선언(?)을 했다. 한 두 명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좋은 일이 있어 '턱'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매번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남들은 명품백을 살 때 후배들과 밥 먹는 걸 즐기는 그다.

나이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란 말은 정답이다. 밥의 온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밥의 찰기로 서로의 어깨를 토닥인다. 그 한 그릇의 울림으로 각자 영혼도 풍성해지는 걸 경험한다. 진짜 밥값에 대한 생각이 내내 따라붙는 걸 보면 그 밥은 공짜가 아니었다. 묵직한 숙제를 받은 기분이지만 유쾌한 것은 사실이다.

닮고 싶은 이가 늘었다는 것은 축복이다. 열매를 따먹는 이도 좋지만 씨앗을 뿌리는 이는 더 아름다운 법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 옳을 수는 없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주변을 살찌우고 품어주는 이가 존경받는다. 주위를 둘러보고 가까운 이들을 위로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이야말로 진짜 어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른다운 이가 없다고 투덜대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제 자리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이들로 인해 세상은 살만하다.

꼰대와 어른 사이, 나는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강표성 대전여성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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