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원장
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원장
우리나라에서 오늘 우리가 `과학기술 R&D`라고 일컫는 활동을 주도적으로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됐을까? 정부에서 국가경제 발전에 필요한 산업기술의 확보를 위해 최초의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설립해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1966년이니, 55년이 지났다. 이후 발전한 대학과 정부연구소들의 연구 역량을 활용해 본격적인 대형 연구를 국가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 초 이후이니, 채 30년이 되지 않은 셈이다. 이 분야의 선진국들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수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며 우수한 연구 성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연구자들의 뛰어난 역량과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장래의 희망이 `과학자`라고 이야기하면서 머릿속에는 아톰이라는 로봇을 만들던 흰 가운을 입은 박사를 떠올렸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는 아직도 `과학자`와 `기술자` 혹은 `공학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연현상을 탐구해 지식의 한계를 넓혀가는 `발견(discovery)`을 목표로 하는 `과학`과, 발견된 과학지식을 활용해 인류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발명(invention) 혹은 혁신(innovation)`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을 구분해 볼 수 있는 사례를 들어보자. 현재 우리는 X선 없는 외과 치료는 상상할 수도 없다. 빌헬름 뢴트겐은 1895년 우연히 발견한 이 방사선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일단 `X선`이라고 명명했고, 이후에 X선은 의료기술로 활용돼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혁신적인 발명으로 연결돼 뢴트겐은 인류 건강에 이바지한 공로로 첫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약으로 꼽히는 항생제의 개발의 경우도 유사해, 알렉산더 플레밍이 실험 중 실수로 발견한 페니실린을 항생제로 응용 개발해 인류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일대 진보를 이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는 간단히 치료 가능한 상처로 인해 팔 다리 절단이나 죽음으로 이어지던 시대였다. 이 공로로 플레밍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전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이클 패러데이의 사례는 좀 더 시사적이다. 자기장 실험을 하던 패러데이에게 정부 관료들이 찾아와 물었다. "이런 걸 어디에 씁니까? 이게 돈이 됩니까?" 패러데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훗날 당신들은 이것(전기)에 세금을 매길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과학적 발견들이 훗날 혁신적인 기술적 발명으로 연결돼 문명 발전의 토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과학지식의 발견을 위해 2011년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해 여러 국내외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IBS는 기존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과는 달리, 연구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적극 보장하고 세계적으로 수월성을 인정받는 연구 수행을 위해 독립성을 유지하는 연구단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수학, 생명과학, 화학, 물리학, 융합 분야에 31개 연구단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Making discoveries for human and society`라는 연구소 비전을 설정한 IBS는 우주, 자연, 생명의 근본에 존재하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는 선배 과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아직 예측할 수 없으나, IBS가 발견한 지식이 인류의 지적자산으로 꾸준히 축적돼 언젠가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꾸준히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뤄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IBS의 목표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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