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치권, 특히 지역 여권이 체면을 구긴 일이 현실화되고 말았다. 다름 아닌 중기부 세종 이전과 관련해서다. 이미 예고된 사태지만 행안부에 의해 지난 15일 중기부 8월 세종 이전 고시가 관보에 게재됐다. 중기부 대전 잔류 운동이 사실상 지역 여권의 패배로 막을 내렸음을 뜻한다. 그간의 절차적 진행 과정에서 변변히 힘을 써 보지도 못 한 채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빼앗긴 격이니 이런 낭패가 또 있을까 싶다.

대전은 국회의원 7명, 시장·구청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 다수가 여당 일색이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을 비롯해 그 2년 전에 실시된 동시지방선거에서 거둔 유례를 찾기 힘든 낙승 결과다. 그렇게 압도적으로 밀어주었는데도 중기부 이전 앞에 마냥 속수무책이었다. 정부와의 협상을 감안한 최소한의 시간을 벌거나 유예 정도 시키기를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무위에 그쳤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속마음을 짚어보면 `대략 난감`이었다. 요컨대 지역 정치권 역량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으며, 그러면서 지역 정치 자원들의 구성 혹은 조합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따라붙게 만든 측면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이런 민심의 변동성은 의외의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선점한 데 이어, 대전 지역구 출신 법무부 장관 배출도 앞두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색다른 풍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 정치 자원 등이 종횡으로 포진해 있으면 중기부 이전 문제 같은 지역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 힘이 실릴 것으로 믿었는데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향후 전망도 썩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특정 요직을 맡게 되면 입법 권력이나 행정권력이 주어지지만 반대로 지역구 민심과는 밀접도가 이완되기 십상이다. 지역 논리보다 정부 정책 방향내지는 당지도부 리더십의 반경에 들게 된다는 점에서 유연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지역 의원들 간에 호흡을 잘 맞추는 일이 무척 긴요하다. 그러기에 바쁜 마당에 공연히 논란선상에 오르거나 당면 현안에 방관자연하는 등 얕보여선 곤란하다. 지역 정치권을 상대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기를 바란다면 언어도단이다. 다만, 기득의 지역이익이 침탈당하는 상황이면 때로는 악역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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