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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보여준 선명한 존재감

2021-01-17 기사
편집 2021-01-17 16:06:30
 정민지 기자
 zmz1215@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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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술의전당 15일 리사이틀 시리즈1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첨부사진1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리사이틀 포스터.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옅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청년이 무대에 들어서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청년은 차분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꾸벅 숙인 후 피아노 의자에 조심스레 앉았다. 몇 초간 허공을 쳐다보며 집중력을 끌어올린 청년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며 연주를 시작했다.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내는 음색의 향연에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모처럼만에 벗어나 관객들은 청년의 시간 속으로 빠져 들었다.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리사이틀이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데카 레이블에서 첫 스튜디오 앨범 '모차르트'을 발매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와 쇼팽 곡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모차르트의 환상곡 라단조, 작품 397(Fantasia in d minor, K. 397)과 환상곡 다단조, 작품 475(Fantasia in c minor, K. 475), 소나타 8번 작품 310(Sonata No. 8 K. 310), 론도 가단조, 작품 511(Rondo in a minor, K. 511)이 연주된 1부에선 물 흐르듯 변하는 감정의 표현이 돋보였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터치감이 인상적인 선우예권의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를 꿰뚫어본 듯했다.

특히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사망했을 즈음 작곡된 소나타 8번 작품 310은 작곡가의 비극적 감성이 녹아든 작품으로 유명한데, 선우예권은 이를 격정 속 절제의 표현력으로 보다 섬세히 해석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처연하면서도 애절한 감정이 깊숙이 다가왔다.

2부에선 쇼팽의 녹턴 작품 55, 1번(Nocturne Op. 55, No.1)과 환상곡 작품 49(Fantasie Op. 49), 뱃노래 작품 60(Barcarolle Op. 60), 돈 조반니의 '라 치 다렘 라 마노'에 의한 변주곡 작품 2(Variations on 'La ci darem la mano' Op. 2 from the Opera 'Don Giovanni')가 연주됐다. 우아함 속 웅장함이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몰아치는 건반에서 정확히 지켜지는 리듬감으로 곡들의 매력은 극대화됐다. 선우예권은 쇼팽 특유의 독특한 표현력과 우울함이 지배적인 곡의 분위기를 뚜렷하게 표현해냈다. 열 손가락의 고른 힘의 분배에서 오는 균형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도 했다.

연주회 마지막 곡인 라 치 다렘 라 마노에선 그의 모든 기교가 담겨졌다. 쇼팽의 이름을 중유럽 전역에 널리 알린 곡인 만큼, 선우예권은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연주를 보여줬다. 싱그러운 새싹처럼, 또 힘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완급조절이 능한 그의 연주에 관객은 마지막까지 집중을 흐릴 수 없었다.

네 곡의 앙코르에도 가시지 않는 여운을 뒤로 한 채, 선우예권은 가뿐한 발걸음으로 무대를 나섰다. 연주자가 떠난 후에도 박수 소리는 길게 이어졌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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