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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과학이야기] 모든 물질은 독이다?

2021-01-18 기사
편집 2021-01-18 07: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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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모든 물질은 독이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즉각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 세상에 독이 아닌 물질이 얼마나 많은데 '모든'이라는 단어는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모든 물질은 독이다'라는 말은 16세기 스위스의 의사이자 화학자이며 독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라셀수스((Philippus Paracelsus,1493-1541년)가 남긴 말이다. '모든'이라는 말이 붙었으니 살짝 피해갈 만한 구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파라셀수스는 그 뒤에 이런 단서 조항을 넣었다.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하지만 용량만이 독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라고 말이다.

현대 독성학에서도 용량과 독성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약물의 용량에 따라 때론 독이 되기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몇백 년 전 학자가 내린 결론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으니 반박할 수 없는 진리인 듯하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진통제(타이레놀)를 살펴보자. 진통 효과가 탁월하고 부작용도 적어 널리 사용되는데, 하루 최대 복용량과 빈도를 무시하고 복용하게 되면 심각한 간부전을 유발하게 된다. 또 다른 예로 보톡스는 주름 개선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세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에서 유래하는데 1g으로 성인 수백만 명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맹독이다. 현존하는 독 중에 가장 강한 독이 아주 적은 양을 사용하면 젊음을 되찾는 마법의 치료제로 사용된다니 놀랍지 않은가?

일상에서 설탕이나 소금의 경우도 ㎏ 단위로 섭취했을 경우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최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루에 몇 ℓ 이상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단숨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실 경우에 체내 이온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게 돼 물 중독에 빠지게 되는데, 이 또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풍요를 넘어 과다함으로 넘쳐나고 있다. 과다한 정보 속에 우리는 순간의 선택에 따라 위험에 빠질 수도 있고 피해갈 수도 있게 되었다.

'모든 물질은 독이다'라는 파라셀수스가 남긴 말로 돌아가 우선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질을 독이라고 가정해 보자.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인 주방세제, 욕실세제, 화장품 등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해 '이건 과연 안전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일단 '모든 물질은 독이다'라고 가정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어보는 것이다. 물론 용기에 깨알보다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설명서를 읽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제품 설명서만 제대로 읽어보아도 잠재적인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간단한 예로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락스계 세제에 붙어 있는 사용 설명서를 보면 용도에 맞게 희석하고, 사용 시 충분한 환기를 해야 하고, 산성세제나 합성세제, 산소계 표백제와는 혼합해서 사용하지 말아야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는 보관 방법과 응급처치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다. 이렇게 사용설명서를 읽음으로써 잠재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스템이 개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도 완벽하게 각 개인을 보호할 수는 없다.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진정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모든 물질들이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독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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