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14일 완료됐다. 대법원은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 180억원과 추징금 35억원도 함께 부과했다.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받은 징역 2년까지 합치면 22년형이다. 2017년 3월 구속됐으니 사면이나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39년에야 자유의 몸이 된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복역은 헌정사의 비극이자 국민의 상처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 완료로 사면 요건이 충족되면서 사면 논란이 부쩍 거세질 전망이다. 새해 첫날부터 집권여당 대표가 사면론에 불을 질러놨기 때문이다. 아직 사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있지만 언제까지 입을 닫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부산시장 보선 국면에 정치권에서도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양이어서 사면 논쟁은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란죄와 비자금 사건 등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대선 국면에서 사면이 공론화됐고 수감 2년여 만에 사면 복권된 전례가 있다.

관건은 국민 수용성 여부가 될 터인데 여론의 동향은 사면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여기에는 여전히 잘못이 없다는 두 전직의 태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처벌을 받고 있다는 억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여론은 개선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검찰 수사 단계부터 모든 혐의를 부인한데다 재판 과정에서도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 등 사법체계 전반을 무시했다. 이런 인식과 행동 하에서는 그들에 대한 사면 논의가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연로한 두 전직 대통령 마냥 감옥에 가둬 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면론에 불씨를 지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의 상처를 헤아리며 진솔하게 사과를 한다면 사면에 동조하는 국민들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진정으로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국민들도 가슴을 열 수 있고 사면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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