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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졸업장

2021-01-15 기사
편집 2021-01-15 07:33:41
 윤평호 기자
 news-yp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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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도 없고,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하는 아우도 없다. 코로나19는 졸업식 풍경마저 바꿔 놓았다. 졸업생들은 추억이 깃든 학교가 아닌 집에서 영상과 채팅으로 졸업식에 참석한다. 반별 온라인 졸업식 뒤 워킹스루 방식으로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배부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시대 대세가 된 택배로 졸업장과 상장을 보내는 학교도 있다.

졸업장 한 장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4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2020학년도 학생 1인이 부담하는 평균등록금은 연간 672만 원. 대학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학의 학생 1인 평균 등록금이 747만 원으로 고액이었다. 국공립대학은 418만 원,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대학이 760만 원, 비수도권 대학이 618만 원이었다.

연간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합산하면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받기까지 최소한 수천만 원, 많게는 억대의 비용이 수반된다. 재학시절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았다면 사회 출발 문턱부터 '빚낸' 졸업장이 된다. 그럼에도 졸업장 장사가 버텨온 것은 학력에 따라 위계적으로 구축된 임금격차가 한몫 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6월 기준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현황'에 따르면 고졸 이하 노동자의 연간 임금은 대졸 이상의 59~70% 수준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의 65~72%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남녀 임금격차 비율에서 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다. 졸업장에 따라 임금 격차가 있는 것은 당연한 걸까? 그리고 같은 졸업장이라도 남녀에 따라 다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말 합리적일까?

균열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취업과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용되던 고학력 명문대 졸업장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졸업장만을 보고 채용을 결정하는 문화도 달라졌다. 어쩌면 이제 우리 사회는 졸업장 없는 단계로 진입중일지도 모른다. 졸업장에 억눌린 사회보다 졸업장 없는 사회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역량이 더 꽃 피지 않을까? 부디 졸업(卒業)이 각자의 '업'에서 '졸'로 살아가는 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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