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나는 호기심이 많고 낯가림이 없으며 순발력이 좋은 전형적인 `O형 성격`이다. 혈액형별로 성격유형을 분류하는 `혈액형 성격설`은 20세기 초 생물학자 마그누스 히르슈페트(Magnus Hirschfeld)와 내과의사 에밀 폰 둥게른(Emile von Dungern)의 피의 형질에 따라 인간의 기질이 결정된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백인이 많은 A형이 우수성을 띤다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는 후에 서구사회의 인종차별주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Bias, 편견. 인류 역사에 있어서 편견이 없는 시간이 있었을까. 인간의 편견이라는 것은 사실 믿음에서 시작된다. 옳다고 믿는 것,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 그 범주에서 벗어난 것은 잘못되고 틀렸다고 분류하는 순간 편견은 생겨난다.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조각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가 찢은 캔버스를 벽에 걸었을 때,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변기가 미술관에 등장했을 당시 미술계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처음 입체주의 작업을 선보였을 때 이를 인정하지 못한 몇몇 평론가와 관객들이 지팡이로 찍어대는 바람에 그림을 높이 걸었다는 일화도 있다. 폰타나는 기존의 예술이 갖고 있던 형식에서 벗어나 2차원의 평면을 3차원으로 전환시켜 새로운 공간을 인식하게 했으며 뒤샹은 전혀 다른 매체와 소재로 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사실 현대미술은 종종 난해하고 `그들만의 리그`처럼 여겨지는데 이는 작가의 의도와 사람들의 기대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메시지, 그 방식과 태도에도 있다.

혈액형으로 돌아와서 나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세심하지 못하다. 이런 나의 주변에는 B형이 많다. 가까운 동료, 친구 심지어 `B형 남자`와 결혼했다. 혈액형 성격설에 따르면 악명 높도록 까다롭다지만 사실 매사에 신중하여 신뢰할 수 있다. 직설적이라지만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여 진심이 느껴진다. 급하고 끈기 없는 나에게 찰떡이 아닐 수 없다. 나는 B형을 좋아한다. B형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을 알기 때문이다. 겪기 전에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 눈을 가리고 다리를 건널 수는 없는 일, 세상에 `이러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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