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범 후 연간 1만 여명씩 내리막길
청·장년층 '엑소더스' 심각 지역 경제 위축
인구=도시경쟁력, 시·정치권 대책마련 시급

맹태훈 취재3부장
맹태훈 취재3부장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대전시 출범 72년, 광역시 출범 32년이 되는 해이다. 이 기간 대전시는 비약적인 도시 성장을 이뤄내며 충청권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졌으며 중부권 거점도시로의 면모도 갖춰나갔다. 이는 도시 경쟁력의 척도인 인구수가 급증한 요인이 가장 크다 할 수 있다. 대전이 시로 승격한 1949년만 해도 대전 인구는 12만여 명에 불과했다. 이후 경부선 철도와 고속도로의 중심이 되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1974년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며 도시의 외형이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다. 이 같은 성장의 열매는 광역시 승격을 재촉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됐다. 대전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광역시 승격을 이룬 1989년(당시 직할시) 직후다. 이후 완만한 상승 그래프를 보이던 대전의 인구는 대전세계박람회(1993년)를 기점으로 급증세가 뚜렷해진다. 1990년대 인구 120만 명을 넘어선 대전은 2000년대 들어서는 140만 명도 돌파했다. 2013년에는 153만 281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세종시 출범(2012년)과 함께 대전 인구는 변곡점에 서게 된다. 이 시기부터 지역발전의 동력인 인구수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150만 명이 붕괴된 대전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146명 3882명으로 급감했다. 결국 최근 7년간 매년 1만 명씩 인구감소가 지속된 셈이다. 이 같은 인구 감소 배경에는 `세종 빨대효과`가 중심에 있다. 세종시 출범 이후 매년 1만 3000여 명이 이삿짐을 꾸리며 지난해 11월 기준 총 10만 7784명이 세종으로 순유출된 것이다. 유추해보면 세종인구 3명 중 1명은 대전에서 주소를 옮겨간 시민들로 볼 수 있다. 대전 인구는 현실뿐 아니라 향후 전망에서도 어둡다. 통계청이 내다본 2040년 대전 인구는 140만 명이 무너진 139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20대와 30대, 청년층 인구유출의 가속화다. 이들 인구의 유출은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든다는 단점에 더해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상회했지만 지난해 들어 20%대로 내려앉았다. 서울과 세종으로 직장을 잡기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전이 탈출이라는 의미를 지닌 `엑소더스(Exodus)`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20여 년간 인구 규모에서 우위를 점한 광주광역시에게도 추월을 허용해야 할 판이다. 대전과 광주의 인구 격차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6만 명 이상 벌어졌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양 도시 간 인구 격차가 빠르게 줄며 지난해 11월 기준 1만 명 선까지 좁혀졌다. 대전에게는 저출산 등 사회적 요인보다는 세종시 출범이 뼈아팠던 대목이다. 문제는 세종시로의 대전 인구 유출이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이를 감안할 때 향후 1-2년 새 광주 인구가 대전을 앞지를 것이란 추론이 나온다.

대전의 인구 감소는 각종 부작용으로 연결되고 있다. 인구유출은 단순히 인구수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지역의 생산능력 등 각종 경제지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특히 경제활동의 중심축인 청·장년층(25-49세)의 세종 이전이 전체 절반에 달한다는 점은 지역경제를 크게 위축시키는 부분이다. 상권 침체도 마찬가지다. 상권 활성화는 인구유입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인구감소까지 더해지며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 등 자치단체의 세수 확보에도 부정적이다. 인구수가 각 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어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값과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들은 살 맛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더 이상 인구유출을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지역 정치권과 대전시는 인구 유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대전이 살 맛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이들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얘기다. 맹태훈 취재3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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