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3부 김용언 기자
취재3부 김용언 기자
누덕누덕 기운 헌 옷. 누더기의 사전적 의미다. 검소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반으로는 부정적 이미지로 대변되곤 한다. 세련과 도회와는 거리가 먼 누더기를 언급한 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설명하고 싶어서다.

법 제정 취지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기업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인 노동자를 위함이다. 굳이 누더기라는 표현을 빌린 이유는 해당 법이 만들어진 과정 때문이다.

2017년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은 수년 간 국회에서 `쿨쿨` 잠자고 있었다.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던 이 법안은 여야의 당리당략 속에 뒤늦게 불붙었다.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숨겨진 이 법안은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탓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곧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노동계는 수많은 예외 조항으로 `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기업들은 `기업인을 예비 범법자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했다.

이렇듯 법안 통과의 마지막 단계인 국회 본회의 직전까지 수많은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일부에선 해당법의 중대성과 파급력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었던 진통이라고 두둔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와 진지한 고찰 없이 무턱대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지적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보다는 정치적 수사법만 가득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법 적용이 유예됐다. 손바닥 뒤집듯 원칙 없이 손질된 이 법은 노동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산재 책임 전가라는 이유로 기업들로부터도 반발만 샀다.

법 시행은 공포 후 1년이다. 앞으로 개정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라서 또 어떻게 뜯어고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 산업재해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노동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됐으면 한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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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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