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부 임용우 기자
취재1부 임용우 기자
20여 년 전 7살 아이는 한 백화점 앞에서 독수리가 새겨진 야구 점퍼와 배트, 글러브, 야구공을 보게 된다. 같이 있던 엄마를 졸라 가입 서류를 적게 한다. 야구용품을 한 가득 품에 안은 아이는 갖고 싶었던 물건을 손에 넣으며 행복해 한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독수리가 새겨진 옷과 배트 등을 자랑하며 휘둘러보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1999년 독수리가 우리나라 정상을 찍었을 때에는 아빠를 따라 내일인 마냥 기뻐하기도 했다. 어느새 부쩍 자라버린 몸 때문에 작아진 옷과 배트, 낡아 찢어져 가는 글러브와 공을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까지는 항상 즐거운 추억을 안겨줬던 물건이었다.

충청권에서 태어난 20-30대에게는 흔한 경험이다. 지방을 연고로 한 다른 스포츠 팀들이 관중을 찾아 서울 등으로 이전할 때도 우리 곁에는 야구팀이 있었다. 바로 한화이글스다.

빙그레 이글스로 태어난 독수리는 한화이글스란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 30년 가까이 충청권을 지키고 있는 한화이글스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은 과거보다 다소 약해지고 있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매 시즌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결과는 항상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또 야구에 대한 관심이 불과 몇 년 전보다 줄었다는 이유도 있다.

이런 한화이글스가 2021시즌을 앞두고 칼을 빼들었다. 카를로스 수베로라는 유망주 육성에 강점을 보이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코치들도 외국인으로 채워졌다.

팀을 이끌었던 프렌차이즈 김태균은 은퇴, 이용규·송광민·최진행 등 베테랑 선수들은 모두 방출했다. 노인정이라는 비웃음을 들을 정도로 노쇠했던 선수진이 갑자기 어려지게 됐다.

말 그대로 `아기 독수리` 부대가 됐다. 아직 날지 못하는 독수리들이지만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먹이는 필요하지만 채찍은 상처만 줄 뿐이다. 날기 전부터 날개에 상처를 줘서는 땅만을 걷게 된다.

약하기만 한 아기 독수리는 점차 자라 조류의 왕, 가장 강한 맹금류로 거듭나 창공을 휘어잡을 수 있다. 독수리가 비상하길 기대해본다. 취재1부 임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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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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