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사무장병원 근절 하기엔 형량 너무 낮아"…법조계 같은 의견

대전지법 [사진=대전일보DB]
대전지법 [사진=대전일보DB]
사무장병원을 차려 수십억 원대 요양급여를 타낸 이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 형량이 너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편취한 금액이 수십억 원대에 달해도 집행유예 정도면 사무장병원이 근절되기는커녕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6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B(56)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와 B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으며, 피고인 의료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A씨는 2014년 의료법인을 설립한 뒤 2017년까지 충북 청주에서 요양병원을 운영,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명목으로 27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로부터 재단을 인수해 가족을 법인 이사장으로 등기해 두고 해당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10억여 원을 타낸 혐의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급여비용의 내용에 대해 허위 부당청구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들이 편취한 금액 중 상당부분은 의료기관 운영비용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는데, 의료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요양급여 상당부분이 의료기관 운영비용으로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사무장병원 자체가 개인이 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은 의료장비를 구입할 때도 예를 들어 100만 원 상당의 장비를 200만 원에 구입하고 일정부분을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양병원의 경우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업체가 있는데, 서류상 10명을 보낸 것으로 하고, 실질적으로는 5명만 파견하는 방식으로도 돈을 빼돌릴 수도 있다. 사무장병원이 이익을 남기는 방법은 이외에도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이 이익을 봤든 안 봤든 사무장병원은 적발하기도 힘들고, 과잉진료 등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환수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데, 이정도 형량이면 사무장병원이 근절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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