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의 시대 (김시우·백승호·양승훈·임경빈·하헌기·한윤형 지음/ 메디치/ 384쪽/ 1만 7000원)

세대론과 색깔론 속 대립들은 그동안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를 관통해 왔던 분석 틀이었다. 특정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대립들은 우리 사회를 제대로 비추는 거울이라기보다는 내 편 가르기에 적합한 도구로 오늘날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분열의 난립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가` 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추월의 시대`는 저자들이 한국의 현실을 작심하고 쓴 책이다. 저자들은 그동안 1950년대 산업화 세대와 소위 `386`이라 불리는 민주화 세대의 대립으로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비판한다.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 체제의 확립` 과정을 거쳤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진국보다 뒤쳐졌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의식 속에 내재하는 `강요된 열등감`은 우리 스스로가 위축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한국의 발전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과 그 방안,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까지 풀어냈다.

7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끼어 있는 80년대생은 다소 특수한 정체성을 갖는다.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에서 자란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청년기에 선진국 대한민국을 겪은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80년대생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기를 보내던 기성세대의 경험과, 태어날 때부터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었던 90년대생 이후 세대의 경험을 중첩해 갖고 있기에 기성세대와 90년대 이후 세대 양쪽 다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세대라 볼 수 있다. 또한, 산업화와 민주화 양쪽의 수혜를 뚜렷하게 받고 자란 세대로, 양쪽의 대결 의식과 폄하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첫 세대란 설명이다.

책은 `낀 세대`이자 사회생활 경험을 어느 정도 축적한 80년대생이 미래의 대한민국은 기존에 있었던 `열등감의 정치`를 끝내고 `자긍심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선언문이자 팸플릿이다. 자긍심 있는 정치를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저자들은 자신들의 세대적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 한국이 이룬 성취를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이어 낡은 키워드와 양극화된 정치적 틀을 청산하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정치를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두 기성세대를 폄하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업적을 후속 세대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평가하는 관점을 건의한다.

`추월의 시대`는 80년대생 저자들을 화자로 삼지만, 세대론을 넘어서 정치적 내전 상태에 준하는 현재의 정치 담론 양극화를 타파하고, 80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그 길을 모색하기 위한 준비 담론이자 정책적 제언이다. 저자들은 세대론과 색깔론으로 반목할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적합한 대안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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