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는 일생의 삼분의 일을 잠을 자는데 소비한다. 사람이 평균 90년을 산다고 하면 약 30년은 잠만 잔다는 뜻이다. 잠이란 `피곤하다`라는 신체의 신호와 더불어 해가 지면서 만들어진 어두움의 신호로 인해 시작된다. 수면을 유도하는 몸 속 호르몬의 증가는 우리를 졸게 만들고 점점 더 깊은 잠에 들게 해서 호흡과 심장박동을 느리게 만들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이러한 수면은 일상생활 중에 손상된 DNA를 고쳐 우리 자신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준다.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많은 시간을 자는 이유다.

우리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잠을 자는데 쓰는지 몰랐던 과거에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4당5락`이라는 말로 수면 시간을 줄여서 공부해야만 대학시험이나 각종 입신양명에 필요한 고시에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이 생겨난 이유일 거다.

현대인들은 천재들이 발명한 전구나 각종 스마트 기기들에 의해 스스로 잠을 줄이는 수면 박탈을 일삼고 있다. 하지만 비자발적 또는 자발적으로 수면 박탈이 지속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치명적인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잠이 박탈되면 학습, 기억, 감정 반응에 문제가 생긴다. 잠을 충분히 잘 잘수록 기억력이 강화되고, 집중력과 창의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애써 수면 박탈을 강요하는 4당5락이 얼마나 무지하고 잔인한 선동적인 몹쓸 말인지 알 수 있다. 수면 박탈은 또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환각, 혈압 상승을 일으키며 당뇨병 발생도 증가시킨다. 수면 부족은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분비도 자극해서 체중 증가를 야기한다.

따라서 매일 밤 5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50% 증가한다. 만성적으로 밤에 6시간 미만으로 자면 뇌졸중의 위험도가 4배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는 다르게 잠을 깊게 충분히 잘 자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얕은 수면을 하는 노인들이 깊은 수면을 하는 노인들보다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더 높게 나왔고 또한 `타우`라는 또 다른 치매 유발 독성 단백질도 증가했다고 한다.

잠을 잘 때 뇌 속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치매 예방 효과까지 있는 걸까?

해답은 뇌의 독특한 청소 능력에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뇌세포들은 에너지원을 이용하고 남은 부산물들 즉 세포의 노폐물을 잔뜩 뇌에 쌓아 놓는다. 우리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뇌 속 찌꺼기를 청소할 시간이 없이 바쁘다. 드디어 밤이 되어 잠이 들면 뇌의 청소부라 불리는 뇌척수액이 뇌혈관을 따라 흘러나와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 속 노폐물을 치우는 역할을 한다. 바쁜 식당에선 낮에 북적이는 손님들로 인한 쓰레기들을 손님이 없는 밤에 한꺼번에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치매는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등이 쌓여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뇌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단백질이다.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청소되지 못하고 뇌 세포사이에 축적되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잠을 잘 때 베타 아밀로이드가 빠르게 제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을 충분히 잘 자면 정신이 맑아지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면 정신이 멍해짐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안다. 수면이 실제로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한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수면을 방해하는 수많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 중에 밤 늦도록 스마트폰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는 당신 자신이 가장 큰 수면 박탈의 원인이다. 누구나 무병장수를 희망한다. 무병장수를 위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충분한 수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선조들의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