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형 취재2부 차장
조남형 취재2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초만 해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에 자신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힌 입장에서 한참 물러선 모습이다.

과거 故 노무현 대통령도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신년연설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집권 5년차 임기말로 지지율이 한때 10% 대까지 추락하는 등 극심한 민심 이반을 겪기도 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빼놓을 순 없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0%대 중반에 그친 반면에 부정평가는 文정부 출범이래 60%대를 넘었다.

요즘 SNS에서는 `부동산 블루`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집값뿐 아니라 전셋값까지 폭등하면서 국민들이 겪는 우울증을 일컫는 말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풍선효과, 역풍선효과가 반복되면서 서울에 이어 대전, 세종 등 전국 집값이 1년 새 수억 원씩 치솟자 주택 구입 시기를 놓친 이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정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던 서민들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친 집값을 경험하고 있고 전셋값마저 폭등해 이사 가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블루`보다 `부동산 블루`가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사과에 이어 주택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가 설 이전에 내놓을 25번째 부동산 대책에 어떤 방안이 담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라도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주택시장을 꼭 안정시키는 성과를 바래본다. 조남형 취재3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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