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충남대 수의조직학 교수
정주영 충남대 수의조직학 교수
지금은 그 위치가 어디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남선봉 아래 내가 다니던 삼천초등학교가 있었다. 그 당시 둔산동 일대는 논과 밭이었고 초등학교 운동회는 마을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다. 특히 청군과 백군으로 편을 갈라 마을 전체가 참여했던 계주는 피날레 이여서 운동장이 떠날 갈 듯 응원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 마음에 청군이 뒤쳐지기라도 하면 백군이 실수로 바톤을 놓치거나 넘어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백군도 같은 학교의 친구들이었는데 단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잘못되기를 바라고 미워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한 사회갈등 속에서 상대편을 향한 이러한 생각들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집단 사이에 갈등은 주로 두 편으로 나뉘어 경쟁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동인과 서인, 북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어 다투었고 근대에는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로 대립했다. 현재에도 사회현상에 대해 두 편으로 나뉘어 갈등이 진행 중이다.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는 측과 이에 반대하는 보수진영이 대립하고 있고,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정부와 그 정책의 실패를 질타하는 진영이 갈등하고 있으며, 세종시로 이전하려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잔류를 희망하는 대전시민이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집단의 갈등은 대게 자신이 속한 집단을 기준으로 해 우호적이며 편향적이게 되며 상대 집단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는 결국 그 집단들이 속해있는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고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칡넝쿨과 등나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얽히게 되면 풀어내기가 쉽지 않듯이 집단사이의 갈등도 서로 부정적으로 얽히게 되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의 실험에 의하면 원숭이에게 자신이 직접경험하지 않은 행동들을 다른 원숭이나 사람의 행동을 통해 관찰시키게 되면 마치 자신이 행동할 때와 같은 반응을 나타내는 신경이 관찰되었다. 이를 거울신경(mirror neuron) 이라고 하며 상대방의 반응을 마치 거울처럼 공감하는 부위이다, 인간의 뇌에도 이 부위가 존재하며 타인의 행동을 공감하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만약 거울신경의 손상되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방과의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깨진 거울(broken mirror) 가설`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집단 사이의 갈등 양상을 보면 깨진 거울가설을 보는 것 같다. 상대방을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의견도 경청하지 않아 의사소통도 되지 않으며, 상대편을 무조건 비방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거울신경이 손상된 것과 같은 반응을 나타낸다.

사회신경학자인 매튜 리버먼은 사회적 뇌(social brain)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유추하고 이해하며 공감능력을 말하며 이는 주로 거울신경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내 주장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상대방도 모두가 우리 국민이다. 무조건 우리 편 만 옳다고 한다면 초등학교 운동회 수준의 사고일 것이다. 갈등을 만드는 것은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받아들이는 나의 해석 때문이다. 갈등의 해결책은 도덕성에 있다. 사회적 뇌의 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도덕성의 시작이라고 했다. 새해에는 깨진 거울가설을 극복하고 갈등의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우리를 기대해 본다. 정주영 충남대 수의조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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