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신 호서대학교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교수
2020년 12월 말경에 영국과 EU는 마침내 브렉시트 최종협상을 타결지었다. 영국이 유럽에서 다시 독립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영국은 이번 최종 타결에서 영국-EU FTA 합의에 성공함으로써 그동안 EU 회원국으로서 누려왔던 무관세, 무쿼터 혜택을 브렉시트 이후에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앞으로 영국이 EU 회원국들과 무역 통상 교류에 있어서 그동안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갖고 있던 권리를 거의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최종 타결 이후 런던 금융시장에 예치되었던 약 70억 달러의 EU 계열 투자금이 파리와 마드리드에 있는 유럽 금융권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세계 4위 규모의 런던 증권시장을 고려해 볼 때 그 정도 규모의 액수가 영국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영국 런던 증권시장은 3조 9000억 달러 규모의 EU 증권시장보다 더 큰 4조 6000억 달러 규모이다. 이것은 세계 1위의 미국 뉴욕 증권시장(22조 달러 규모), 세계 2위의 미국 나스닥 시장(10조 달러 규모), 세계 3위의 일본 도쿄 증권시장(5조 6000억 달러 규모)에 이은 세계 4위 규모이다. 또한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에서 일시적 자금이탈은 사전에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이다.

현재로서는 향후 브렉시트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여 영국의 경제 산업 및 복지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영국은 이번 브렉시트를 통하여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형세이다.

특히 영국의 브렉시트는 영연방국가들로부터 상당한 지지와 환영을 받고 있다. 영국에게 EU는 프랑스 드골 정권의 지속적 반대로 두 차례의 가입실패라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기어코 1973년도에 가입했던 공동체였다(당시 EU의 전신 EEC에 가입함). 이것은 또한 영연방체제의 약화를 우려한 캐나다와 호주를 비롯하여 여러 영연방국가의 강력한 가입 반대를 뿌리치며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리고 1973년 가입 당시에도 수많은 영국민이 영국의 EEC 가입을 반대하였으며, 이 논란은 가입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결국 2016년 6월에 국민투표를 통해 51.9%의 국민찬성으로 다시 탈퇴가 최종 결정된 것이었다.

이번 브렉시트의 최종 타결로 영국은 그동안 EU 법령의 통제를 받아왔던 자국의 국제무역 통상분야에 대한 독립과 자주권을 되찾았다. EU 회원국이었을 때 영국은 EU 법규를 준수해야 했기 때문에 영연방국가들과 상당히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브렉시트로 되찾은 국제무역통상 분야에서의 자주독립권은 영국이 영연방체제를 강화시키기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연방은 현재 54개국으로 구성된 총인구 24억 명 규모의 거대한 영어문화권 공동체이다. 현재 평균 연령은 약 28세이며, 2030년도까지 총인구가 3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연방의 영토 규모는 3150만㎞로서 단연코 세계 1위인데, 지구 전체 육지의 21%를 차지한다. 2020년도의 GDP는 약 13조 달러로서, 약 20조 달러 규모인 미국, 약 18조 달러 규모인 EU에 이어서 중국과 함께 세계 3위의 경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를 일부 영연방 매체에서는 "오랫동안 집을 비워두었던 어머니가 다시 집에 돌아오신 것"으로까지 비유하기도 하였다.

강력한 영미동맹과 함께 영연방체제는 바로 영국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다. EU의 인구는 약 4억 8천만 명인데 이미 65세 인구가 25%가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지금도 노동력의 30%를 외국 이민자들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EU의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왜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단했는지, 여러 가지 차원에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노신 호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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