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대전인구 추이 분석…심상치 않은 대전 인구 감소세 지속

[그래픽=대전일보DB·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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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중심도시 대전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수년 째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행정·경제·교육 등 지역 전반에 걸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속절없는 인구 감소에 `150만` 심리적 저지선은 무너진 지 오래고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기관·기업들의 탈대전 행렬은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됐다. 인구는 도시의 흥망성쇠를 드러내는 잣대이기에 대전 인구 감소는 허투루 다룰 문제가 아니다. 국토 중앙에 위치한 대전의 상징성을 감안, 진지한 논의와 해법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전 인구 일대 변혁은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대전엑스포)를 기준으로 삼는다. 대전엑스포 개최 전후를 기점으로 지난 30년 간 인구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인구 증감이 또렷이 나타난다. 국가통계포털시스템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0년(11월 기준)까지 대전 인구는 33만 1050명 증가했다. 엑스포 개최 이전인 1992년 113만 4800여 명이던 대전 인구는 이듬해 5만 4000여 명 늘어난 118만 9000여 명을 기록했다.

1년 후 1994년에는 인구 120만 시대(123만 2823명)에 들어섰다. 당시 생경했던 세계박람회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고, 교육·문화·주거 등이 어우러진 도시 이미지까지 얹어져 양적 팽창을 가져왔다. 이후 대전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1995년(126만 5081명), 1996년(129만 3760명), 1997년은 130만(131만 8212명)을 넘어섰다. 엑스포 개최를 기준으로 불과 5년 만에 18만 3000여 명이 늘었다.

수도권 신도시에 버금가는 인구 증가세였다. 대전 인구 오름세는 2000년대 들어서도 거침없었다. 2001년 140만(140만 3164명)을 돌파한 대전 인구는 매년 1만 명 이상 성장을 거듭, 2010년 150만(150만 3664명)에 도달했다. 대전 인구 그래프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 2012년 변곡점을 맞았다. 대전시가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세종에 뺏긴 인구는 10만 7784명에 달한다.

세종시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전입 순이동자수 중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절반 수준이 대전에서 유입된 인구라는 통계도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기치로 출범한 세종시가 수도권이 아닌 대전의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전 인구 내리막 그래프는 브레이크가 풀렸고 눈앞엔 악재만 가득하다.

인구 감소 배경의 절대 다수인 `세종 빨대 효과`는 단순 인구 유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주택 소유 통계를 보면 세종의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은 35.3%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눈 여겨 볼 점은 주택 소유자의 실 거주지다. 2019년 세종의 외지인 소유 주택(3만 6800가구)을 뜯어보면 대전 시민의 비중이 가장 높다. 유성구(4500가구, 12.2%), 서구(3600가구, 9.8%) 등 전체 22%(8100가구)가 대전 시민 소유다. 이를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분명한 명제는 `대전 인구 역외 유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갈수록 짙어지는 대전 인구 엑소더스를 세종발 부동산 호재로 치환하기엔 무리가 있다. 정주환경 개선을 담보하지 않은 채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 가격은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만을 키웠다. 성장이 멈춰버린 경제 동력은 `일자리 찾기 어려운 도시`라는 오명을 낳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공교육 위기와 공공기관·민간기업의 탈대전은 중부권 핵심도시를 자임하는 대전시의 어깨 위에 얹어진 무거운 돌이 됐다.

시간과 싸우는 `인구 골든 타임`은 늦었고 단체장의 애끓는 호소는 한계가 있다.

대전 인구 추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인구 유인책이 아닌 정주여건 개선 등 지속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인구 정책은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뚜렷한 해법을 도출하기 어렵다"면서 "중장기 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쾌적한 정주여건 조성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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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2020년 대전광역시 인구 추이. 그래프=대전일보 DB
1992-2020년 대전광역시 인구 추이. 그래프=대전일보 DB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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