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지정에도 전국 최고 상승률 기록
부동산업계 "외지 투기수요 대거 유입… 실수요자 부담만 가중"

대전시 인구가 연평균 1만 5000여 명 줄고 있지만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외지 투기수요에 의한 가격 거품 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과 함께 대전의 실수요자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사회에서 대부분의 제품은 수요와 공급의 영향을 받는다.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오르고 반대로 수요가 하락하면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부동산 시장도 인구가 줄면 주택 수요가 감소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전의 집값은 오히려 크게 치솟으며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대전은 지난해 13.99% 상승하며 전년 같은 기간(6.82%) 대비 두배가 넘게 올랐다. 이는 세종(37.05%)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대전의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은 18.14%로 수도권 상승률(9.08%)의 두배가 넘게 올랐다. 연립주택의 경우에도 4.91% 오르며 전년 같은 기간(3.38%) 대비 1.53%포인트 올랐다. 단독주택도 4.72% 오르며 전년 같은 기간(4.31%) 대비 소폭 올랐다. 전셋값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대전의 전셋값은 10.38% 상승했다. 이는 전년(2.19%) 대비 무려 5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4.63%로 전년 같은 기간(2.95%) 대비 더 치솟았다.

또한 대전은 지난 6·17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집값 상승률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0.82%에서 8월 0.75%로 소폭 하락했지만 9월 1.19%로 다시 상승했다. 이후 10월 0.81%에서 11월 1.02%, 12월 1.41%를 기록하며 오름세가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인구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는 대전에서 집값만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원인으로 외지 투기수요 유입을 꼽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 한 관계자는 "사실상 대전은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세종시로의 유출도 가속화 되면서 집값이 상승할 만한 요인이 없었다"며 "하지만 대전은 세종 및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2-3년간 일명 갭투자를 활용한 외지 투기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 이는 결국 대전의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진단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자 불안심리에 따른 추격매수도 한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대전 집값 상승은 잇따른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지금 안사면 내집마련은 힘들다`라는 불안심리가 작용한 듯 하다"며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공포감에 따라가는 추격매수는 코로나19 등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조정기를 예상했을 때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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