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수 편집부장
임은수 편집부장
70년대만 해도 달걀은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그 당시 닭을 키웠던 집에서는 새벽에 갓 낳은 달걀을 따뜻할 때 아들한테만 주곤 하시던 어머니. 3남1녀인 우리 집에서는 내 차지는 없었던 기억이 난다. 서울 가는 열차에서는 역무원 아저씨가 `계란이 왔어요!` 하고 외치면 먹고 싶어 군침을 흘렸던 기억들, 달걀을 활용한 엄마표 예쁜 도시락들, 또 동네 아이들과 싸운 동생 눈이 멍들었을 때도 달걀로 문지르는 등 치료제로도 효과가 탁월했다.

달걀에 얽힌 추억을 소환한 이유는 AI(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되면서 달걀 가격이 새해 시작과 함께 6000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국 평균 달걀 한 판(특란 30개) 소매 가격은 6027원이다. 2017년 9월 달걀 파동이 발생했다.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산란계 36%가 처분돼 일부 지역에서는 달걀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넘었다. 이에 미국에서 달걀을 공수해오고 일부 지역 마트에서는 새벽부터 달걀 구매로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도 있었다.

원삼국 시대 이미 닭 사육을 했다고 전해지고 경주 155호 고분에서 달걀이 30개 들어 있는 토기가 출토됐다. 또 여러 중국 문헌에서 닭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고기와 함께 달걀도 먹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걀은 영양을 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단백질이 풍부해 식사 대용, 숙취해소, 어린이 간식 등 전 국민이 즐겨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달걀 노른자에는 비타민 A, D, E 등과 철분이 풍부하다. 껍질은 껍질대로 비료대용으로 사용된다.

지금은 흔한 식품인 달걀은 서민물가의 상징이다. 그런 달걀 가격이 급등하며 2017년과 같은 달걀파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국은 현재의 달걀 가격 상승은 전국적인 AI 확산으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며 공급이 부족해져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산지 다양화로 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I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고 유통업계나 정부의 가격 안정에 대한 좀 더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 임은수 편집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