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픈소스센터장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픈소스센터장
지난 한 해는 코로나가 삼켜버린 어두운 터널 속과 같았다. 전 세계는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재택근무, 원격회의 등으로 어수선했다. 이제는 언택트 문화, 비대면 사회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새로운 낯선 세상, 뉴노멀 시대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뭔지 모를 새로운 도전을 외치며 신축년 새해를 맞이했다.

이러한 언택트 문화, 비대면 사회에서는 굳이 제4차산업혁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ICT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ICT는 새로운 세상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미 코로나 이전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기술 등 ICT 분야의 다양한 기술혁신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 기술은 코로나가 촉발한 언택트 환경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혁신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은 소위 말하는 AI 등 제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들은 대부분 비대면 방식으로 그리고 공개적인 협업 방식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오픈소스(Open Source) 방식이라는 것이다. 오픈소스란 개발하는 SW나 HW 등 소스를 모두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수정·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개를 통해 외부의 역량을 자유롭게 활용해 빠른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의 기술 트랜드는 ICT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있어 이러한 개방형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 큰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변화된 시장 생태계의 생존 전략으로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연구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중이다. 지난해 나스닥 시장을 주도한 기업들만 보더라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기술주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ICT 분야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융합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에서 외부역량의 활용 전략은 더욱 중요하다. 이제 모든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기업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인수합병(M&A), 혁신적 개발 관점에서는 오픈소스 활용 등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오픈소스는 비대면 시대의 ICT 등 과학기술 연구개발 협업을 위한 핵심 매개체가 되고 있다. 비대면 환경의 지속은 인간 친화적인 ICT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거리 두기로 막혀있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 소통기술로 발전할 것이다.

한편 정부 출연 연구 기관 또한 R&D도 혁신의 대상이며 그 핵심요소 또한 개방형 협력이다. 작게는 내부 부서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크게는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혁신으로 연계다. 실제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개방형 R&D 혁신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협력 개발을 장려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오픈 R&D 과제를 확대 지원 중이다. 분명 이와 같은 전략은 정부출연연구원의 R&D 모델을 혁신하는 지렛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정부출연연구기관 간 협력은 물론 기업을 포함한 민간과 자유로운 R&D 협력을 통해 진정한 오픈 R&D 혁신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공유하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지금이 우리에겐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방형 R&D를 통한 혁신이 핵심이며 혁신적인 ICT R&D는 코로나로 만들어진 거리를 보다 인간 친화적으로 좁힐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은 강건한 연구개발 생태계를 만들고 나아가 지속 가능하고 선순환이 이뤄지는 혁신적 연구개발 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하는 개방형 R&D는 우리의 역량과 수준을 또 한 번 도약시킬 수 있는 R&D 백신이 아닐까 한다.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픈소스센터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