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 우선인데 시설관리 몰입 할라…정작 교육 등한시될까 우려

[그래픽=대전일보DB]
[그래픽=대전일보DB]
중대재해법에 학교장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노동자가 중대 재해를 입으면 학교장을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일선 학교 교장들은 과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10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법률안이 통과됐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시민재해`와 `중대산업재해`로 구분하고 각각에 따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장의 안전조치 강화와 노동자 보호에 목적을 뒀다.

문제는 학교가 `중대산업재해` 적용 대상처가 되면 서다. 기업은 산업재해시 사업주가 책임을 지지만, 학교는 총책임 권한을 진 학교장이 처벌 주체가 된다. 학교 내 교사와 교육공무직 등 학교 노동자가 중대재해를 입을 경우 학교장은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전 지역 일선 학교 교장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학교장은 교육과 학교 시설관리를 2가지를 책임져야 하는데, 처벌 조항으로 시설관리에만 치중하게 되면 우선돼야 할 학교 교육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 유성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시설 관리자가 교내에서 다치면 학교장이 처벌을 받게 되니 학교장들은 온통 신경이 시설관리에만 쏠릴 수밖에 없다. 시설관리 하나하나에 전전긍긍하고 학교 교육은 정작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는 중대재해법과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치는 `교육시설 안전법`과 `산업안전법 보건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어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 서구 한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장은 교육·산업시설 안전법에 따라 관련 법령을 위반하게 되면 3년 이하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교육기관인 학교를 일반 기업과 사업장으로 취급하면서 이중삼중의 처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학교장에게 상당한 부담이다"라고 언급했다.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학교를 포함해 학교 교육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학교가 소송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교육활동 위축으로 인한 교육력 감소와 혼란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박우경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우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