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 당 대표 전직 대통령 사면론 입장 드러내

허태정 대전시장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호철 기자
허태정 대전시장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호철 기자
신축년 벽두 허태정 대전시장의 언어는 직설(直說)에 가까웠다. 에두르지 않고 숨을 곳을 남겨두지 않았다. 휘발성 강한 국가적 어젠다도 망설임 없이 선명성을 드러냈다.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재난지원금 논란에는 전 국민 지급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주제인 증세(增稅)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내세워 "고민할 때가 됐다"며 피해가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제기해 당내에서조차 논란 중인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한 뒤 "접근방식이 옳지 않았다"며 이 대표와 각을 세웠다. 신중함과 모호함 사이에서 숙의(熟議)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행정가에서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라는 허 시장을 7일 시청 응접실에서 만났다. 그는 "그동안 행정가로서 역할에 비중을 뒀다면 올해부터는 지역 현안은 물론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2020년은 대전은 물론 대한민국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잠식된 한해였는데.

"그렇다. 지난 1년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재난상황을 겪었다. 국내 최초 확진자는 1월 20일, 대전에서는 2월 21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6월 방문판매발 1차 대유행, 8월 수도권발 2차 대유행, 12월 3차 대유행을 지나며 881명(올 1월 4일 기준)의 확진자와 7명의 사망자(사망률 0.79%)가 발생했다. 너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다행인 건 대전의 확진자 발생을 10만 명 단위로 보면 전국 광역시 중에서 대전이 빈도 수가 가장 낮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역에 협조해 줬고 의료진과 대전시, 5개 자치구 등 관계자들이 잘 대처한 덕이다. 시민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런 흐름으로 잘 끌고 간다면 대전시는 방역에 관해선 시민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정치권에서 재난지원금 논란이 뜨겁다. 지급 대상과 범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소득과 소비에 상당한 효과를 보지 않았나. 문제는 재난지원금을 언제 지급할 것인가,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넘어섰는데 50%선까지 갈 것인 지다.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총예산 규모가 잡히면 그에 따라 시기와 금액을 결정하면 된다. 예전 경험으로 미뤄 20조 원 내외면 가능할 것이다. 2-3월쯤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영업의 피해가 상당히 크다. 중류층 정도 경제기반을 갖고 있던 이들이 저소득층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대응해 총 3차례 재난지원금을 편성했다. 1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 지급`이 총선공약이어서 총선 직후 추경을 편성해 4인가구 기준 100만 원을 일괄 지급했다. 국비 12조 2000억 원과 지방비 2조 1000억 원 등 14조 3000억 원이 투입됐다. 2차와 이달 시작된 3차 재난지원금은 재정 상황과 코로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선별 지급 방식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경기진작 필요가 생기면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낙연 대표의 최근 발언을 계기로 전 국민 대상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공론화되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선거용 포퓰리즘이나 국가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하지만 우리 사회에 드리워지는 불평등에 대한 인식 확장은 불안요소다. 일부 업종에서 정부 방역지침에 저항하는 것을 보자. 생존의 문제이면서 정부방침이 과연 평등한가 그 판단과 피해의식이 작동하고 있고 더 지나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보다 불평등 인식 확산과 사회 양극화 가속화가 초래하는 사회불안을 포용적으로 풀어가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불편하지만 세금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증세를 거론하는 건 파장이 너무 커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을 뿐이다. 증세라는 표현보다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대한민국이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라는 논의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문제(증세)에 대한 얘기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민감한 화두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이면 되나.

"정말 민감하고 예민한 의제다. 여기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는 게 나 역시 편하지만은 않다. 다만 사회적 복지제도의 틀을 촘촘하고 두텁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가재정이 필요하고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 전체적인 측면에서 증세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시민을 대표하는 광역단체장이자 여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최근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과 관련한 입장은.

"솔직히 그 얘기 나왔을 때 의아했다. 일반 서민이 아닌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먼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국민 수용성보다 정치적인 고려가 우선시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정치적으로 결단할 수 있겠지만 하나의 정치적 의제로 툭 던지는 접근방식은 옳지 않다. 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지금 논할 때가 아니다."

-지역 현안으로 돌아가 2020년 시정 성과를 정리한다면.

"무엇보다 가장 값진 성과는 `대전 혁신도시` 지정과 지역인재 의무채용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전을 혁신도시로 지정해야 하나`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아 확정되기까지 사실 반신반의했다. 지역 역량과 정치자산이 모두 똘똘 뭉쳐 이뤄낸 결실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대전 혁신도시에 수도권 공공기관 몇 곳을 유치하느냐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도시 특성에 맞고 클러스터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대전이 지리적으로 국토 중심에 있고 수도권에서 접근할 수 있는 남방한계선에 있다는 건 강점이다. 대전역세권지구와 대덕구 연축지구를 중심으로 한 대전 혁신도시는 쇠락하는 원도심 부활의 기폭제로 지역내 동서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대전청사 소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추진으로 지역 민심이 흉흉하다. 여당 일색인 지역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은데.

"(긴 한숨을 내쉰 후) 대전 혁신도시 지정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중기부 이전 문제가 전면 등장했다. 지역 소재 기관의 외부 유출은 시장으로서 매우 뼈아픈 일이다. 시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 책임이 없다 말할 수 없다. 무한책임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중기부 이전을 반대하지만 정부가 대전시민이 납득할 만한 사전조처를 선행하고 그 양해 속에서 이전을 논의했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아도 될 사안이었다. 정부의 청사 재배치 논의과정에서 대전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시민 반발을 우려해 서울의 기상청과 방위사업청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책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지난달 말 국무조정실에서 관련부처와 협의한 것으로 안다. 기본계획 세워서 보고하면 중기부 이전에 따른 청사 재배치 계획이 설 것이다. 대전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계속 건의하고 있다. 대전청사에 국가 소유 유휴부지가 많으니 건물을 추가로 신축하는 방안도 건의하겠다. 그러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행정기관보다 더 많은 기관을 대전으로 유치할 수 있다."

-중기부 세종 이전 추진 관련, 결국 최종 결정권은 청와대에 있는데, 그간 지역정치권이 왜 청와대를 단 한차례도 겨냥하지 못했는냐는 비판도 있는데.

"부처 이전에 관해 대통령이 전부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행안부를 중심으로 정부청사 효율화 측면에서 논의했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부처 이전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겠지만 국정의 큰 맥락에서 보면 대통령이 하나하나 관여할 사안은 아니지 않나."

-올 해가 사실상 민선 7기 임기 마지막인데, 시정에 임하는 각오는.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전의 도시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남은 임기의 방향이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민의 힘으로 일궈낸 기초체력을 토대로 대한민국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강하고 위대한 첨단 미래도시 대전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지역사회 방역 책임자로서 백신이 우리 생활에 들어올 때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더 노력하겠다. 시민 모두 신축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

대담=정재필 취재2부장 정리=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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