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식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회장
전원식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회장
국회에서 논의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법안)이 새해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법안은 건설현장 등에서의 산재사망사고 증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의당이 지난해 6월에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왔다.

경제계에서는 법안이 산재의 사전예방 보다는 사후 사업주에 과도한 처벌을 부과하는 문제점과 코로나로 어려운 경영 현실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법 제정에 반대해 왔다. 대전세종충남 중소기업계도 지난 5일, 직능별 중소기업단체와 업종별 협동조합 등 10개 단체가 법안 반대 공동 입장문을 낸 바 있다.

법안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보자. 첫째, 법안의 문제점으로는 사업주에게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등 4중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1월부터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이 가능해 6개월 이하 징역수준으로 처벌하는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상황이다.

법안이 벤치마킹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에 비해서도 과도한 입법이다. 영국은 사업주 처벌이 아닌 법인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으로 한정한다. 둘째, 법안 논의에 있어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99%가 오너인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최소 1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면 중소기업인은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

중소기업 대표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대표자 맡기를 기피하고, 원·하청 구조상 중소기업이 대부분의 사고를 감당하게 될 가능성이 커 수주축소 등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다. 법안이 현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대표자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경우 일용직 근로자가 95%에 달해 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해도 일부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산재를 막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자에게 산재사고 대부분의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아울러, 대다수 중소기업이 법안을 감당할 만큼 경영상황이 녹록치 못하다는 것이다.

종업원 50-299인 중소기업은 이달부터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추가적인 고용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지난해 12월,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60%가 주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법안을 통해 사망 시 사업주에게 10억 원까지의 벌금과 법인의 경우 추가로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담해야 하는 데다, 심지어 피해액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떠안아야 할 경우, 대다수 중소기업이 조업단축 내지는 폐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신규투자나 고용확대 등을 기대하기조차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법안이 꼭 제정돼야 한다면 사업주 처벌기준을 최소한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해야 하고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의무 준수 시에는 면책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사망사고 시 부과하게 될 최소징역 1년의 하한규정을 상한규정으로 바꿔 처벌수준을 낮춰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현재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경영자와 법인에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문제점과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원식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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