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 짜야 하는데…고민 커지는 中企
"정부·국회 현실 바라봐야"…불만 속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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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례 없는 경영난을 겪은 충청권 중소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주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과 산업재해 발생 책임을 기업에게 돌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6일 대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전국 50-299인 사업장에 부여된 주52시간 근무 계도기간이 지난 1일 종료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의 한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모(38)씨는 "올해부터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잔업과 특별근무를 할 수 없게 됐다"며 "홑벌이 인데다 당장 올해부터는 월급(수당 포함)이 50만 원 이상 줄어들 것 같아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월급이 깎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경영주들도 주52시간 확대 시행이 달갑지 않다. 법이 정한 근무시간을 지키려면 기존 직원 외 초과 근무에 투입될 신규 인력을 뽑아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회사 운영비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건비 총액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밸브제조업체 대표는 "인건비가 늘어난 만큼 생산 원가는 올라가기 마련인데 제품의 시장 가격 상승은 이에 미치지 못 한다"며 "지출은 늘고 수익은 줄어드는 악순환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들은 고육지책을 내놓을 뿐이다. 최근 새해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해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출혈을 줄이기 위해 외부 생산 용역을 늘리고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 분야를 과감히 포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업계는 주52시간 근무 확대 시행이 기업 생산력을 떨어뜨리고 인력난을 부추기는 등 `제 살 깎아먹기`라고 입을 모은다.

국회 입법 처리를 앞 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업계의 반발은 폭발 직전이다. 과잉·중복 처벌과 현장 목소리 외면 등을 내세우며 법안 제정 반대 목소리가 높다.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 "사고 발생 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돌리는 법안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미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의무조항이 1222개에 달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로 경영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중대재해법까지 시행되면 중소기업 다수는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청권 한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7년 이하의 징역 처벌을 받는 현 산업안전보건법도 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엔 벅찬 수준"이라며 "회사 경영과 현장 관리에 부담을 가중하는 법안이기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합리적인 법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파고를 넘는 것보다 정부와 국회의 정책 시행·입법이 현장을 더 힘들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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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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