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한남대 교수
신동호 한남대 교수
지난 해는 나라 안팍으로 나무나 어지러웠던 한 해였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황당하게 했던 것은 코로나19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에 못지않게 국내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불안케 한 것이 있다. 부동산과 주식이다. 주가지수가 일 년 사이에 두 배로 뛰었다. 우리 주변의 왠만한 아파트의 가격도 몇 억 원씩 올랐다. 많은 대책이 시도되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많은 사람이 부동산 대책을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게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아파트 가격 폭등문제는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에 관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구조와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문제의 원인이다.

즉, 유동자산이 너무 많다. 그런데 그 자산이 갈 곳이 없다. 투자될 곳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중에 떠도는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가, 시장이 요동을 친다. 낮은 은행 이자율이 그를 부채질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를 부동산 대책으로 풀 수가 없다. 과연 아파트 공급을 얼마나 늘여야 그렇게 뛰는 가격을 잡을 수 있을까? 수도권과 세종, 대전에 아파트를 얼마나 더 지어야 수요를 축족하여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그래서 `공급`이 답이 될 수 없다. 금융정책, 혹은 거시 경제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 다음 보유세 등과 같은 부동산 대책으로 그를 보완하게 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주식시장이 요동치게 하는 것에는 또 우리가 가진 비뚤어진 가치체계도 한 몫을 한다. 우리 국민들은 돈에 너무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돈, 돈 한다. 돈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이 너무 강하다.

우리 나라는 이제 정말 선진국에 진입하였다. OECD 회원국이 된 지 오래 되었고, 1인당 국민소득이 스페인을 능가했다. 그러나 정치는 물론 경제구조와 사회불안의 정도는 후진국 수준이다. 물질적으로 풍부해졌으나 행복해지지는 못했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자살률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성취한 경제성장의 결과가 `천박한 자본주의`라고 한다면 너무 자극적인 표현인가?

사실, 필자는 요즈음 주변에서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본다. 이 나라 국민 모두가 아파트와 주식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것 같아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엘리트 사이에 있었던 도덕과 청빈의 정신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작년에 겪은 것과 같은 경제적, 사회적, 혹은 정치적 혼란은 자본주의 국가의 공통된 현상일까? 앞서가는 자본주의 국가 중에 우리가 보고 배울만한 나라는 없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독일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필자는 독일의 한 지역에 대해서 여러 번 방문하여 그 지역을 조사하고 연구하였다. 20여 년간 10번 정도 방문하였지만, 2019년에는 6개월 동안 현지에 살면서 독일을 탐색해 보았다. 독일 사회 전반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었다.

독일은 정말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강하면서도 도덕적인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나라 국민으로 살고 싶은 나라, 정말 나라 같은 나라인 것 같았다.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주고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는 나라였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하루 아침에 수 억원을 벌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나라는 체제적으로 아예 그런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독일은 국제사회에서도 품위 있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은 자국 내 환경보존에 대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양심적이고 책임 있게 대응하고 있다. 아프리카 난민문제에 대해 그렇고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다. 독일은 우리가 고상한 자본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독일이라고 부족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동호 한남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